김 영 남
한 할머니가 시골길을 가고 있네
맞은편에서 여학생 한 명이 등장하네
둘은 뭔가 생각난 듯 훔쳐보며 갈라지고 있네
서로의 뒤를 자꾸만 자꾸만….
순간! 들녘 한가운데 놓이는
저 아름다운 헌 길과 새길
한 할머니와 여학생 하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서 가는 무심하고 고요한 풍경 하나를 펼쳐보이며 시인은 인생길을 떠올리고 있다. 왜 그들은 서로 훔쳐보며 갈라서서 가는 것일까. 그들은 그들에게 남아 있는 생의 시간을 줄이면서 서로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