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주변도 살피자
이제 우리 주변도 살피자
  • 등록일 2019.07.30 19:41
  • 게재일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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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최근 한일 간 경제전쟁에서 국민들이 자신의 평소 취향과 기호를 포기하고 일본에서 온 다양한 수입 식료품, 의류, 전자제품 등 소비재를 다른 것으로 교체 사용하면서 후방 지원에 적극 동참하는 결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조금씩 포기하는 경제적 효용 자체는 비록 작은 크기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전국 단위로 모이게 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힘을 발휘한다. 실제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의 소비재 수입 상위 5개국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비재 수입규모는 2017년에는 전년대비 12.1%가 늘어난 33억1천80만 달러였고, 2018년에는 거기에서 다시 7.2%가 늘어난 35억4천980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1달러당 원화환율을 1천원으로 간주하여 이를 원화로 환산해 보면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가 일본에서 들여온 소비재 수입액은 3조5천498억 원에 달한다. 물론 여기에는 원재료, 소재부품, 중간재, 자본재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의식주를 둘러싼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저격하는 선택의 폭도 매우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그러한 한 줄기를 이루고 있던 일본에서 수입되는 소비재를 과감히 포기한 우리 국민들은 충분히 할 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소비자행동의 변화가 일시적인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한일 관계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이 다소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영원히 잠잠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또 다시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에 다시 침투되기 시작한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는 무방비였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깨달아야만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각국에서 수입되는 문화를 완전 차단할 수도 없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저절로 한국화라는 필터링을 거치기 마련이다. 거창하게 전통보전이나 민족성 변질에 대한 우려보다는 직수입된 문화나 풍습이 자국문화와 이질적이기에 저절로 거부감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에게 남겨진 법과 제도, 사회적 관습,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편해서, 적절한 우리말 찾기가 귀찮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그대로 답습해온 원죄가 사방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처럼 우리 주변에 남겨진 잔재들이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다시 침투되고 있는 일본문화의 직수입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며 나도 모르게 필터링이 생략되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외국의 다양한 음식, 의복, 생활, 문화 등을 즐기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원숭이 흉내를 낸다고 원숭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식 요리 전문점임을 강조하려고 종업원들에게 기모노를 입힐 필요까지는 없다. 아예 일본인들로 구성된 일본가게라면 몰라도. 심지어 주요 고객층이 한국인인데도 ‘어서 오십시오’ 대신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다음 달이면 또다시 광복절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순수한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 스스로 민족의 자긍심과 전통문화를 부정하고 우리말을 훼손시키는 것은 20세기 들어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과거의 실수를 스스로 재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도 남아있는 수많은 기술용어, 건축용어 심지어는 언론기관에서 사용하는 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손 대어야하고 바꾸어 나가야할 일본이 36년간 짧게 남겼던 잔재가 그 기간을 두 배나 넘긴 지금에 까지 번거로움을 이유로 지워나가지 않는다면 위기가 도래했을 때 우리의 구심점을 찾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주변을 살피고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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