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개념이 엷어졌다. 요즘 젊은이한테 “지금 다니는 직장에 평생 다닐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노(NO)라 답할 것이다. 막상 정해진 곳은 없으나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이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60,70년대만 해도 직장은 한번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것이 직장에 대한 충성도며 사회적으로도 명예로운 일이었다. 연공서열이라는 체제가 유지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되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평생직장 개념이 퇴색하게 된 것은 직업이 다양화되고 직장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의 변화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가 크게 달라진데 기인한다. 특히 신기술의 도입 등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T)의 변화는 직업인의 한자리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 스카우트가 예사로 이뤄지고 유명 직장보다는 보수가 좋은 직장이 더 인기를 얻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모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자신을 ‘잡호핑족’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호핑족’이란 2∼3년 단위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직장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잡호핑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잡호핑족’을 이기적이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지금은 역전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성취욕구와 도전정신을 긍정 평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반 세기 정도가 흐른 지금, 평생직장 개념은 분명히 퇴조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직장 개념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물며 인간관계를 쌓아왔던 과거의 직장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아쉬움은 있다. 행여 사람보다 물질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있다.

“우물을 파더라도 한우물만 파라”고 가르치신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는 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야 생존이 가능하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겠으나 평생직장, 평생동지와 같은 친근감 있는 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