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제도는 본안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일종의 증거제시제도다.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를 가리킨다.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바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을 조사중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처음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던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LG화학이 굳이 미국까지 가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미국의 디스커버리는 사실심리(Trial)가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확보하고 이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다. 미국의 절차는 증명책임이 없는 당사자라도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는 당사자의 증거공개의무를 핵심으로 하면서, 이를 위반시 강력한 제재수단을 두고 있다.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즉 보톡스 분쟁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내에서 증거를 공개하지 않아 미국 ITC에 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톡스’분쟁을 제1호 ‘중소기업 기술 침해 행위 행정조사’사건으로 결정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건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먼저 기업에 적극적으로 증거 제출을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입증 책임을 해당 기업에 묻거나 증거 확보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의 본격 도입이 필요하게 됐다.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