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수<br> 의성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5년 전 군청에 첫 출근하던 그때처럼 나는 매일 새롭게 긴장하는 마음으로 출근길을 서두른다. ‘지방소멸지수 1위’농촌소도시의 군수라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 탓만은 아니다. 굳이 부연한다면 ‘농촌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욕심이 주는 무게가 두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대다수의 농촌 소도시가 그랬듯, 의성도 한때는 인구가 21만여 명에 육박하는 거점도시였다. 그러나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맞은 급속한 이농현상은 치명적이었다. 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유출은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 농촌이 처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그렇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결국 청년 인구의 유입을 장려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국가 간 경쟁을 넘어 도시 간 경쟁의 시대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보의 공유가 보다 손쉬워지면서 국가, 민족, 지역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초연결 사회’의 도래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대도시 중심의 성장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시 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유출을 부채질하면서 지역경제의 붕괴를 앞당긴다. 악순환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이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인구를 비롯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도시들이 소멸될지 모르는 위기 앞에서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경쟁’의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촌지역은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새롭게 브랜딩되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소멸 위험에 처한 지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력적인 지역으로 거듭나게 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소멸지수 1위를 차지한 내 고장 의성에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택했다. 사실 의성을 이끌기 전부터 이미 가장 고령화 지역임을 알고 있었기에, 의성의 수장이 된 민선 6기 때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공격적인 성장주도형 정책으로 의성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 의성군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미래의성 마스터플랜 완성, 의성건강산업(K-health) 프로젝트와 세포배양산업화 허브 구축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특히 힘썼다.

먼 옛날 ‘의(義)로운 성(城)’ 의성이란 지명을 만든 홍술 장군이 백성들과 함께 결사의 항전으로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을 사수하여 ‘의성의 희망’을 지켜냈던 것처럼, 나 역시 지금의 의성의 희망을 찬란히 지켜내고자 현실과 당당히 맞서는 중이다. 노력의 결과는 민선 7기에 접어들며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유입 귀농·귀촌인구가 대폭 늘어났고,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사업’을 유치함으로써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해나갈 전환점을 마련했다.

안계면에 조성 중인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에서는 청년을 위한 창업모델을 발굴하고, 창업사업화자금, 리모델링비용 및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웃사촌 지원센터도 설치하여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안계면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에 관한 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도농교류의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이웃사촌시범마을을 미리 체험해보는 청년플러스사업과 청년예술캠프 등도 진행한다.

청년들의 정착을 위한 공간도 마련한다. 안계면 일대의 빈집과 빈 점포를 리모델링하여 주거 및 공동작업장으로 제공하고, 980억원을 들여 신규주거단지도 총 300여 세대 더 조성한다. 농축산물과 식료품 가공업 등 생산시설과 체험공간을 갖춘 6차 산업 특화농공단지도 마련하여 의성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이 중심이 되는 6차 산업 현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사업과 같은 맥락으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을 통한 창업자금 지원 및 컨설팅, 마을자원을 활용한 분야별 일자리 제공 등 다각적인 측면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청년들이 유입되어 일자리를 가지고, 가정도 이루고, 출생과 육아도 할 수 있는 삶의 환경을 조성하여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매력적이고 경쟁력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은 관광이나 유휴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주민이 살기 좋은 정주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면 행복한 주민을 보고 타 지역민도 아름다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의성에 오고 싶고, 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의성이 품고 있는 사회적, 인문적, 문화적인 요소와 자원들을 잘 활용하여 지역주민의 생활과 생존을 보장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전력 질주할 것이다.

사람이 모두 ‘자기다움’을 가지고 있듯, 지역도 모두 ‘지역다움’을 갖고 있다. 의성은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을 포함하여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 사업들을 통해 “두고 볼수록 의성! 살고 볼수록 의성!”이라 인정받는 매력적인 ‘의성다움’을 브랜딩하고자 한다. 산업화 시대에 대도시가 청년들을 모여들게 했듯이, 이제 지역의 시대가 도래하여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대도시 청년들이 지역을 기회의 장으로 여겨 찾아드는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중심이 의성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