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의 윤창호법(도로교통법개정안)이 시행된지 한달을 맞으며 음주운전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음주행태뿐만 아니라 퇴근 후 회식이나 술자리 모임이 크게 드는 등 일상생활의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25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후 한 달 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4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6건보다 40.7% 감소했다. 면허취소(0.08% 이상)는 293건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0.10% 이상) 424건보다 30.9% 줄었다. 특히 전년도에는 음주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지만, 법 시행 후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현상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강화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음주운전을 자제하려는 풍토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원 선모(25·여)씨는 직장 내 회식이 줄어들었고, 회식이 있더라도 2차 술자리가 없어졌다고 최근 회사 음주문화를 전했다. 선씨는 “술을 먹지 않는 대신 동료들과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등 ‘워라밸’ 문화가 회사원들 사이에서 퍼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이젠 술이 ‘미덕’이 아니다. 포항의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서 내부에서도 회식 횟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고, 술을 먹고 소위 말하는 ‘사고’를 친 공무원의 사례를 서로 공유하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청에서 근무하는 김모(47·여) 주무관도 “회식 때 2차 모임 자체가 최근들어 사라지고 있다”며 “술을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에다가, 술을 피하는 사람까지 늘면서 ‘회식=술자리’라는 공식도 깨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외식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막창집을 운영하는 윤모(29)씨는 “자칫하면 출근길에 숙취운전도 단속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며 “불경기와 함께, 법 시행 이후 매출도 20%나 떨어져 막막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는 ‘아침 출근길 대리’를 마련하며 활로를 찾고 있고, 택시업계도 서로 ‘지역 행사’나 ‘교통수단 왕래 시간’ 등을 공유하며 손님 붙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 대리기사는 “우리 회사는 나름 지역에서 알려진 프랜차이즈 업체지만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숙취운전자들을 대상으로한 아침대리운전도 회사 차원에서 문자를 돌리며 홍보하고 있지만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사용률이 낮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조모(53)씨는 “쌍용사거리와 각 술집 거리에서 콜택시를 부르는 수준이 예년에 비해 30∼40% 가량 줄어들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법 시행을 반기고 있지만 영업이 안돼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