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반세기 전인 1971년 이공계 육성의 엄청난 정책이 발표되었다. 한국에 카이스(KAIS·KAIST의 초창기 이름) 라는 특수 이공계 대학원을 만들어 재학생 전원을 특례보충역으로 3주 훈련만 받고 병역특례를 준다는 발표였다. 당시 충격적인 조건으로 카이스를 향한 이공계 대학생들의 합격열망은 대단하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공대학장이었던 터만 조사단이 내한하여 계획을 구상하였고, 지금 카이스트 경영대가 있는 홍릉단지에 카이스가 세워졌다. 발표 2년 후인 1973년 첫 입학생을 모집하였다.

필자도 1975년 카이스 3회로 입학하여 직접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당시 한국의 일류라고 하는 일반 대학들과는 전혀 다른 미국식 교육과 연구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현재 이공계 대학의 상당수의 교수가 카이스트 졸업생이고 산업계에도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는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상 이러한 카이스트의 성공에는 초창기 병역특례가 기여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엄격히 말하면 병역특례는 당시에도 병역의무의 다른 형태였다. 왜냐하면 병역특례를 받은 졸업생들은 국내의 산업, 연구소에 최소한 3년을 근무해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카이스의 병역특례는 여러 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오늘날 이공계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한 해 약 2천500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군복무 기간을 대강 2년으로 볼 때 약 1%의 젊은이들에 대한 혜택이다.

최근 정부는 이 제도의 대폭 축소 내지는 폐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국방부는 현역병 자원 감소를 이유로 연간 2천500명 규모 전문연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4년에는 5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하여 과학계 원로인사들로 구성된 한림원이 성명서를 내고 이에 KAIST 등 국내 4대 과학기술원 교수들까지 이공계 전문연구요원 축소 방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포스텍, 서울대 등 주요 일반대학의 이공계 교수들도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교수들은 축소안이 이공계 대학원의 인적자원을 붕괴시키고 인구역량 저하를 가져올 뿐 아니라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인력 부족을 초래해 기술주권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선발 규모가 현역 입영인원에 1% 수준으로 군 복무자원의 확보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상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국가사회적 문제해결과 함께 국방과학기술 고도화를 통한 군의 현대화·선진화·고급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해 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군의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또한 국가 기술주권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초창기 카이스트가 병역특례로 그 명성을 유지하면서 오늘날 각종 이공계 인재를 배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런 점에서 전문연구요원은 병역면제라기 보다는 병역의무의 또다른 형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전문연구 요원 제도는 우수 과학기술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에 기여한 대체불가능한 제도라고 본다. 전문연 제도 감축·폐지가 이공계 연구실 연구능력과 중소기업의 고급기술인력 확보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사태에서 보듯이 이제 우리 기술을 더 강화하여야 할 시기에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인력 부족을 초래는 불보듯이 뻔하다.

정부가 좀더 소통과 대안 없이 전문연을 감축하면 지금도 부족한 고급 과학기술인재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대학-연구소-기업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붕괴시켜 종국엔 국가 산업경쟁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지금은 이공계생들을 더 적극 키워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