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분열 행태가 또다시 도졌다. ‘손학규 대표 퇴진’이 포함된 혁신안의 최고위원회 상정 문제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는 추태를 벌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교섭단체’의 꿀단지를 둘러싸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계파정치를 지속하고 있는 소속의원들의 끝 모를 불화 행태가 건강한 중도정치를 학수고대하는 민심을 완전히 돌려세우는 중이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지긋지긋한 동상이몽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당당하게 정계개편의 물꼬를 트는 것이 온당한 선택일 것이다.

22일 바른미래당은 혁신위 안건을 최고위에 올리자는 5명 혁신위원과 비당권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당권파가 각자 원칙을 내세우며 극한대립을 이어갔다. 혁신위 운영에 유승민·이혜훈 의원이 개입했다는 폭로, 주대환 전 위원장이 오신환·박주선 의원 등을 만났다는 반박, 장진영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주장, 임재훈 사무총장을 해임하라는 요구, 속기록·녹취파일을 공개하냐 마느냐 논란이 뒤엉켜 최고위원회의는 파행으로 끝났다.

‘뒷골목 건달’ ‘밟고 가라’ ‘양아치’ ‘씨X 개새X, 나이를 헛먹었어.’ 등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욕설들이 난무하고, 급기야 권성주 혁신위원이 단식 중 손학규 대표를 막아서다가 쓰러진 일을 놓고 ‘살인미수’라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막장드라마도 이런 저수준이 없다. 이 나라 중도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바른미래당이 이렇게 망가진 원인은 인물 중심의 보스정치, 지역구도, 손 대표의 사욕 등 매우 복합적이다.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이외의 유일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현역 의원 28명으로 원내 제3당이다. 내부적으로 계파가 4개에 달하는 등 엉망진창이다. 국민의당계는 호남계(9명)와 안철수계(7명)로 분리되고,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계(8명)가 있다. 당적은 바른미래당에 두고 활동은 민주평화당에서 하는 요상한 비례대표 3인(이상돈·장정숙·박주현)에 박선숙 의원이 있다.

손학규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의 합당을 결사반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우군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선 시대 사색당파 싸움을 연상케 하는 온갖 추태로 정치권 ‘개똥참외’로 전락한 바른미래당을 바라보는 민심의 분노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집안싸움에 분당 직전으로 몰린 민주평화당도 딱하지만, 바른미래당을 통해 중도정치의 활력을 기대했던 민심의 절망이 깊다. 역할은 제대로 못 하면서 교섭단체의 꿀물만 탐닉하는 이런 정당은 이제 헤쳐모이는 게 맞다. 더 이상 우울한 소식을 양산하지 말고 언어도단의 동거에 종지부를 찍는 게 옳다. ‘고름이 썩는다고 살 되는 법 없다’는 옛말을 상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