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재배면적 작년 비해 2배
상주지역은 3년 전보다 4배나
양파·마늘 이어 가격폭락 우려
정부, 3~4년 내 심각상황 대비
지자체에 “보조금 중단하라”
도는 “수출 늘면 가격도 안정”
농가 걱정 외면하듯 ‘딴소리’

“양파, 마늘 다음은 샤인머스켓?”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샤인머스켓(청포도)의 재배면적 급증하고 있어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23일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도내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1천52㏊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전국 재배면적(1천500㏊)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별로는 상주시가 400㏊로 가장 많고 이어 김천 392㏊, 영천 130㏊, 경산 90㏊ 순이다.

상주시의 경우 2013년 모동면에서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해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6년 100㏊ 미만이던 것이 2017년 183㏊, 지난해 250㏊로 늘어나 올해는 4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주지역의 경우 3년전에 비해 재배면적이 4배로 늘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재배면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포도 주산지인 김천, 영천 등을 비롯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전국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1천500㏊로 이는 지난해(853㏊)보다 53%나 증가했다.

이처럼 샤인머스켓 재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일반 포도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아 포도농가의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 최다 재배 품종인 캠베얼리의 공판가격이 ㎏당 평균 4천500원 정도였던데 반해 샤인머스켓은 2만원을 호가해 3배 이상 높은 가격을 보였다.

하지만 이처럼 재배면적이 지속해서 늘어날 경우 앞서 양파와 마늘처럼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상주 지역의 한 포도재배 농가는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10%만 과잉생산이 돼도 가격 등락폭이 30% 정도 나타난다는데 누구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입조심을 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특히 전국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도의 경우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파장이 더욱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경북도 농정당국은 무사태평식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수출 물량도 크게 증가해 가격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선 중국,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에 샤인머스켓 603t을 수출, 81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재배면적이 늘어 수출량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샤인머스켓의 생산량이 늘면 가격 폭락이 아닌 적정 가격대가 형성됨에 따라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면서 “해외에선 높은 가격에도 꾸준한 소비가 이어져 지난해 물량이 부족해 더 많은 수출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재배농가의 걱정과는 정반대의 상황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농심은 이런 경북도의 인식에 대해 ‘탁상 농정’이란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포도원을 조성한 뒤 그 피해는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책임회피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그도 그럴것이 당장 정부는 향후 3∼4년 내에 샤인머스켓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며 보조금 지원을 자지체에 중단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동안 샤인머스켓 재배농가에는 농가당 광폭비가림시설비 5천만원을 비롯 과수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품종 갱신에 대해 0.5㏊당 1천300만원(자부담 50%)의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정부의 조치에 비춰보면 농도(農道)를 자처하는 경북도 농정당국의 대처는 굼뜨기만 한 셈이다. 이미 특작으로 인기를 끌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아로니아의 경우 현재 정부가 폐원을 독려하고 있을 정도여서 샤인머스켓 재배농가에는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상주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63)씨는 “이번 양파와 마늘 가격 폭락을 보고 샤인머스켓을 주위 사람들이 너도나도 식재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까봐 걱정돼 올해는 다른 품종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농산물 수출이라는 것이 수송과 맛에 대한 선호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며 “농정당국은 막연한 수출 기대감에 과잉 생산을 부추기기보다 선제적인 수급조절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신품종인 샤인머스켓의 과잉생산에 따른 kg당 가격 예측은 어렵지만 농가 생산단가 마지노선은 ㎏당 8천원이다”며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예방하고자 전체적인 착과량을 10a당 2.5t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농가에 당부하고 이와 별도로 수출 확대를 위한 고품질 규격화 연구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안동/곽인규·손병현기자

    곽인규·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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