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인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구미시가 공장용지 6만여㎡를 50년간 무상임대해 주고, LG화학은 5천억∼6천억 원을 투자해 연산 6만여t을 생산하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 방식이다. 25일 투자협약을 앞둔 이번 사업을 놓고 경북도와 구미시는 1천 명 고용을 요구하지만, LG화학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성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정치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접근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흔히 ‘광주형 일자리 2탄’으로 일컬어진다. 광주형 일자리는 별도의 법인을 세워 5천 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 월급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해 성공한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AUT0(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구미형 일자리’는 투자촉진형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광주형 모델과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 기업이 지역에 들어와 투자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부지 제공, 직원 주거대책 지원, 행정절차 간소화, 인력확보 등을 돕는 방식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지난달 7일 LG화학에 구미형 일자리 투자유치 제안서를 전달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 규모, 입지, 인센티브 등을 협의해왔다. 협약에 따르면 부지 무상제공 이외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575억원(국비 150억원, 지방비 425억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실시설계 등을 거쳐 내년 초에 착공한 뒤 2021년 공장을 건립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들이 녹록지 않다. 협상 과정에서 경북도·구미시는 LG화학에 1천 명 이상 고용을 제안했지만, 고용인원은 많아야 250∼3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북도와 구미시가 LG화학에 지원하기로 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도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 개정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비 보조금 역시 조례안 개정이 필요한 상태다. 구미에 연산 9천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이미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이 포항공장 건립 계획을 접고, 지난 21일 전남 광양에 축구장 20개 규모인 16만 5203㎡ 면적의 대규모 양극재 생산시설 건설에 돌입한 것도 주목거리다.

삼성 등 대기업 공장이 최근 10년 새 수도권과 해외로 이전해 침체의 늪에 빠진 구미 경제의 회복을 위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꼭 성공하길 기대한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논란들이 일고 있는 이 사업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선전용 논쟁거리로 악용되어 민심을 교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 사업의 성격이 과장되거나 폄훼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