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기본기 가장 중요
가볍고 코믹한 역할 욕심”

배우 최무성. /이매진아시아 제공
“국사책에서만 만나왔던 전봉준이란 인물을 표면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되겠다 생각했죠. 부담이 컸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남기고 종영한 SBS TV 금토극 ‘녹두꽃’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으로 열연한 배우 최무성(본명 최명수·51)은 이렇게 말했다.

22일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사들이 모두 주옥같아 부담도 있었지만 공감도 많이 했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려 노력했다. 역할을 하게 된 건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최무성이 드라마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것은 2016년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오랜만이다. ‘녹두꽃’ 속 긴 수염을 남긴 채 나타난 그는 “갑자기 너무 깨끗해지면 어색할까 봐”라고 웃었다.

최무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는 전봉준이 백이현(윤시윤 분)에게 “내가 죽어야 네 형(백이강, 조정석) 같은 의병들이 투지가 더 생긴다”라고 한 것을 꼽으며 “끝까지, 자기 죽음마저 나라가 발전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인데 상당히 울림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작품은 보조출연자들도 정말 열연을 했다. 작품의 주인공이 민중, 백성이었듯이”라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울컥한다”라고 강조했다.

최무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도 처참한 전투 중에서 전봉준이 수많은 의병 전사자들을 바라보던 모습을 꼽았다. “그 장면을 찍고 나서는 그렇게 눈물이 났습니다. 배우 개인으로서 보다 모든 사람이 처참한, 어쩌면 실패라 할 수 있는 그 전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이지만,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백가네 이복형제 이강과 이현을 극의 중심으로 다뤘다.

최무성은 이에 대해 “늘 주인공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서운할 건 없었다”라고 웃으며 “전투 장면에서 지휘를 한다든지, 정치적으로 이끄는 부분 외에 이강, 이현, 자인(한예리)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했다.

“이강과의 대화에서는 이강이 ‘거시기’에서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하도록 도움을 주는 부분에, 이현과 호흡 때는 이현의 세계관 변화를 이끄는 데, 자인과의 관계에서는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긴밀한 대화에 힘을 줬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가르치는 역할’처럼만 보이지 않도록 사극이지만 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으로 자주 접한 역사 속 실제 전봉준은 사실 왜소한 체구에 가까운데, 최무성은 전봉준에 캐스팅됐을 당시 키 180cm에 몸무게가 105kg였다고 한다. 작품 중에는 80kg 중반까지 뺐다고.

그는 “제작진에 솔직히 여쭤봤다. ‘아무리 살을 빼도 전봉준은 무리이지 않겠느냐’라고. 어깨도 있어서 한복을 입으면 더 거구로 보인다”라며 “지금 생각하면 좀 ‘커 보이는’ 전봉준을 원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2002년 영화 ‘남자 태어나다’로 데뷔한 그는 이후 ‘악마를 보았다’(2010)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응답하라 1988’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해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아버지(‘응답하라 1988’), 스승(‘미스터 션샤인’), 지도자(‘녹두꽃’)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와중에도 늘 묵직한 울림을 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무성은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이전 캐릭터들과 겹치지 않게 하려 노력한다. 일부러 무게감을 주는 건 아니다. ‘청담동 살아요’(2011~2012) 같은 작품에서는 ‘깨방정’ 연기도 했다”라고 웃었다. 그는 “연기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호흡, 소리, 걸음걸이, 대사 처리 등 기본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 중에서는 ‘녹두꽃’에서 호흡한 조정석을기본기에 착실한 배우로 꼽으며 애정을 표했다.

최무성은 이르면 올 하반기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로 관객과 만난다. 그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조직폭력배들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며 “거친 삶이니 ‘녹두꽃’과 비슷한 부분도 있겠다”라고 귀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