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정책협력관

지난 3월 통계청은 오는 2067년 우리나라 인구가 1982년 수준인 3천929만 명, 2117년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인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2천8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미래포럼의 예측은 더 암울한데 2305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고작 5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큰 요인은 한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 평균 1.68명, 프랑스 1.89명, 영국 1.79명, 일본 1.44명 등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되어야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데 1 이하로 떨어졌으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지역별 합계출산율이다. 가장 젊은 세종시(1.57명)를 제외하면, 전남 1.24명, 제주 1.22명, 충남 1.19명, 경북 1.17명, 강원 1.07명, 대구 0.99명, 광주 0.97명, 대전 0.95명, 부산 0.9명, 서울 0.76명으로 도(道)지역의 합계출산율이 수도권 및 광역시에 비해 높은데도, 정작 해당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더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을 위해 지역의 인구가 유출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가 초래할 국가적 위기는 인구구조 고령화로 인한 국가성장의 기반 약화와 사회보장비용의 증가, 세대 간의 연대 위협으로 나타난다. 또 병역자원과 노동력 부족, 학령인구 감소, 재정수지 악화 등 사회전반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한편 사회적 이동에 의한 지역인구 감소는 지역 격차 심화를 통한 사회적 갈등 양산과 과다비용으로 귀결된다. 대도시권 주민들은 주택난, 교통난, 환경오염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행정서비스 비용 증가, 자립경제기반과 지역공동체 약화 등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고비용, 저효율의 국토구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지역의 인구감소문제는 국가차원의 인구감소문제와는 또 다른 해법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인구 감소의 경우 출생수당, 보육환경개선 등 출생률 제고 노력과 함께 복지제도의 개선, 군 인력 효율화, 학령인구 감소 대응, 지출 구조 개혁 등으로 대비할 수 있다면, 지역인구 감소위기는 조금 더 섬세하고 체감적이어야 한다. 일자리 활성화, 거주수당 지급 등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일자리, 교육, 주거 등 다양한 지원과 지역공동체 복원, 행정서비스 혁신 및 공급체계의 개선 등 자생적 지역발전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의 인구 정책은 개별 부처나 지자체별 산발적 대처보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 연계 및 통합조정을 필요로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행안부, 산업부, 국토부, 농식품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범정부적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교육, 의료, 복지, 문화 등 인구감소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적정 수준(decent)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교통망, 물류망, 통신망 확충 등 기업 유치기반 위에 지역 특화산업의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청년창업을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 등 지역경제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종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문제 전문가 블룸(David E. Bloom) 교수는 “고령화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며 직면해야 할 사실이지만, 정책적 수단에 의해 경제성장 둔화를 늦추거나 상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인구감소 위기도 마찬가지다. 지역 특성에 맞는 중장기 대응전략, 미래 산업과 연계한 기업유치 및 인재양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거주강소지역을 육성해 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