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독학으로 축구를 익힌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아버지의 혹독한 개인 지도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여덟 살에 축구를 시작합니다. 키가 크지 않을까 봐 웨이트 트레이닝, 체력 훈련 부담을 지우지 않습니다. 강조하는 훈련 포인트는 딱 한 가지입니다. ‘기본기’.

축구를 시작한 첫 6년 동안 다른 것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로지 공을 다루는 연습만 합니다. 톡톡 공을 발로 차올려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술 ‘리프팅’을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을 시킵니다. 패스도 슈팅도 연습하지 않습니다. 시합요? 꿈도 꾸지 못합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오로지 발끝에서 볼이 떨어지지 않는 기본만 죽어라 연습시킵니다.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손가락질합니다.

손정웅 씨는 춘천FC 유소년팀을 가르치는데 10명이 배우겠다고 오면 절반은 6개월 이내에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기본기를 배우다가 지쳐 포기하고 학교 축구부로 돌아가는 거지요. 손흥민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한 가지 훈련을 추가합니다. 슈팅 연습. 냉장고 박스에 공을 90개 담아와서 운동장에 풀어 놓고 매일 천 번씩 슈팅을 연습합니다.

손흥민은 이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땅이 흔들리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들었어요.” 중학교 3학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시합에 출전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지독한 고집을 꺾을 사람이 없습니다. 16세가 되자 손흥민의 기본기와 가능성을 알아본 독일의 함부르크SV 유스팀에서 스카우트하지요. 독학에서 축구 유학으로 넘어갑니다.

손정웅씨는 말합니다. “선수 시절 뼈아픈 경험을 통해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스피드는 빨랐지만 기본기가 약해 항상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아들에게 그 후회스러운 한계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선수 시절, 저 스스로가 너무 싫었습니다. 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제 모습이 원망스러웠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고 가르쳐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축구는 ‘공’이 전부입니다. 공에 모든 비밀이 담겨 있는데 공을 못 다루고 어떻게 축구를 하겠어요? 공의 비밀을 아는 데는 기본기 연습밖에 없습니다.”

손흥민은 고백합니다. 지겹도록 반복했던 기본기 훈련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8살 때 축구를 시작해, 첫 시합까지 8년 걸렸고 매일 볼을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훈련을 거듭해 오던 어느 날, 날아드는 공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