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statesman)’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정치를 시작하였으며 무엇을 위하여 정치를 하고 있는가? 당신들의 정치철학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보기 흉한 진흙탕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가? 혹시 당신은 정치에 입문할 때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권력이라는 마약’에 도취되어 권력 자체가 목적인 ‘정치꾼(politician)’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나아가 베버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두 가지 윤리, 즉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정치와는 어떠한 상관관계에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신념윤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이고, 책임윤리는 행위로부터 예견되는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아는 태도이다. 그는 이 두 가지 윤리를 겸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책임윤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보다는 그것을 현실 속에서 구현함으로써 국민을 위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정당정치에서는 각 정파들이 신념윤리를 앞세우고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전개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어렵게 한다. 신념윤리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지만, 책임윤리는 사실에 근거한 객관성과 가치중립성이 결여되면 구현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는 책임윤리가 더욱 중요하다. 정치인의 소명은 개인의 신념윤리를 구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윤리로서 공동체의 대의에 헌신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베버가 지적한 두 가지의 치명적 죄악, 즉 ‘객관성의 결여와 책임성의 결여’라는 폐단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력투쟁이 격화됨으로써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만 급급하는 현상은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의식과 정치철학의 결핍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치인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자문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소명의식을 재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소명의식에는 그들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유권자들의 책임이 무겁다. ‘정치인’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충실하지만, ‘정치꾼’은 오직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이다. 누가 정치인이고 누가 정치꾼인지를 식별할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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