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경주)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18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2017년 처음 발의한 지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 법의 통과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법 통과 의의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신라왕궁 등 신라의 핵심 유적들이 체계적으로 복원·정비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 또한 중요한 의미다. 또 이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사적 가치를 재조명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관광도시 경주의 세계화를 도모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훌륭한 의의다.

그동안 천년고도 경주의 유적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고대 유적이면서도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때로는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복원·정비사업이 차질을 빚기도 했고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잦았다. 덩달아 우리민족의 역사적 배경이 된 경주의 역사문화적 가치 또한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주지역에 대한 문화재 발굴 및 정비에 관한사업은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부터 진행돼 왔다. 경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중요성으로 일찍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업 과정은 매우 지지부진했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을 비운의 사업이라 부르는 것은 추진과정에서 보인 일관성 없는 정책적 방향성 때문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다시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이 또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풍랑을 만나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당시에 계획한 이 사업의 규모는 2025년까지 9천450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짜여져 있었다. 추진과 중단 등으로 반복된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특별법의 국회통과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다행이다. 이제 막바지 단계인 본회의 통과에 힘을 모으고 신라천년의 문화를 재현하는데 함께 매진해야 하는 과제만 남았다.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적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경주나 경북도가 단독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밝히고 복원하는 사업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고 민족의 역사를 선양하는 일이다. 국가가 특별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이런데 있는 것이다. 이 법의 통과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경주에는 지천으로 문화재가 깔려 있다. 많은 관광객이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를 방문하고, 수학여행의 목적지로 경주시가 다시 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경주시와 경북도는 특별법 통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정책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