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법률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

Q. K는 작년 살던 곳 근처 모델하우스와 같은 건물에 걸려있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건물로 들어가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이체하였으나, 1년이 넘어감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어 사무실을 찾아가니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아 그렇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을까?

A. K가 통상의 주택(아파트) 분양이라고 생각하고 맺은 계약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택을 건설하기 위하여 스스로 사업 주체가 되어 토지를 매입한 다음 주택을 건설, 분양하는 조합이다.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사업은 통상의 주택 분양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에 이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제 사업이 성공한 경우는 전체 사업 중 20% 내외이고, 그마저도 사업 진행과정에서 당초의 계획보다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체결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으며, 이에 관하여 지역주택조합 측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민사소송 등의 분쟁을 해야 할 경우에는 계약의 민법상 취소 내지 해제 사유를 들어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

우선 판결로 인정되었던 민법상 취소 사유는 사업부지 확보율, 건설사 확정, 사업 불가능성 등에 대한 기망(사기)이 있다. 즉 사업부지가 조금밖에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100% 확보’ 등의 내용으로 고지하거나, 건설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1군 건설사 시공 확정’이라고 하거나, 애당초 지역주택조합을 시행할 수 없는 국공유지 등을 사업부지로 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 이를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기망(사기)이라고 하여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판결로 인정되었던 민법상 해제 사유는 지역주택조합 측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이 있다.

즉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이행한다는 내용으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들어 주택의 소유가 아닌 임대하는 방식의 임대주택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이를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이행불능으로 보아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말 그대로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가입을 무조건 권할 수도 말릴 수도 없으나, 위와 같은 위험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합설립 인가, 사업계획 승인 및 사업부지 확보율 등의 내용을 정확히 인식하고 확인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