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바람도 한바탕 씽씽 불어라

세차도록 칼칼히 시원스레 불어

우리들 뛰놀았던 대숲 언저리

죽순 같은 희망으로 뾰족한 그리움으로

흔들어 들깨울 것들 죄다 깨워라

할머니의 텃밭 가득 토란은 살쪄 알이 굵고

마늘은 여물고 상추꽃은 쇠어서

허옇게 허옇게 머리 풀고 날려라

굴뚝엔 연기 오르고 사랑엔 등불 밝혀서

그날 밤 뒤란 가득 탐스런 감꽃들도 수북이 쌓이거든

쓰러진 토담벽 울타리를 넘어

수심 서린 잔별들도 총총히 밝고

주름 많은 빨래를 펴던 어머니의 방망이질 소리

(중략)

어수선한 대청마루 신발 흐트러진 토방 끝까지

성가신 애기들의 울음 소리가

사립짝 울바자 위에 소란스레 울리고

옛집의 너른 마당귀 해마다 화들짝 피던

허연 살구꽃 그늘, 그 아래 여린 풀잎 한 잎도

다시금 남김없이 푸르름 들어라

점점 피폐해져가는 농촌 사회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을 본다. 시 전편에서 우리 농촌이 다시 활발히 일어서야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농촌을 살리고 고향 정신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할 것인가를 우직한 목소리로 역설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