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가 살아야
중도가 살아야
  • 등록일 2019.07.17 20:28
  • 게재일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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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아까운 정치인이 떠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열정과 치열함에 비해 너무나 빨리 끝나버린 삶이었다. 정치뿐 아니라 가수와 요식업 등 여러 색다른 시도를 함께 하였던 그의 다채로운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애석할 터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은 실로 다양하다. 그 가운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모습들을 경험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일에만 매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 우물을 파서 전문가가 되는 일이 물론 귀하지만, 누구나 그 외의 일들에 대하여 궁금하고 도전하고픈 마음이 일기도 한다. 21세기는 송곳같은 전문인 보다는 두루두루 섭렵하는 인간이 성공에 이를 확률이 높다고도 한다. 더 넓게 보다 다채로운 삶을 열어보았으면 한다.

일찍 떠난 그는 생각의 폭이 넓었다고 한다. 보수 정권에 참여했고 보수 논객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시선과 담론은 언제나 보수와 진보 두 진영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양 켠 모두 그의 비판적 논평의 대상이 되었으며 함께 긴장하며 그의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이름하여 중도보수. 오늘 우리 정치에는 그와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대상이 누구이든 치우치지 않으면서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주저함 없이 그 생각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진영의 깃발에 휘둘려 당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느라, 우리 정치는 아직도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게 아닌가. 정치인이 케케묵은 이념과 진영논리를 벗고 상식을 기준으로 이성으로 판단하며 담론과 토론을 이어갈 때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생각의 틀을 넓게 펼쳐 주시라.

국민은 정치를 언론을 통해 바라보면서, 배우고 나누며 생각하고 판단한다. 정치권이 사용하는 언어에 물들고 당신이 구사하는 행위에 동화된다. 품격 잃은 정치인의 막말은 시민들의 사고방식마저 치졸하게 만들고, 감정에 휘둘린 정치권의 행태는 시민들의 일상을 병들게 한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해 국민은 정치에 휘둘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 땅의 민주화는 보통사람들이 불러오지 않았는가. 불러온 민주적 토대를 정치권이 잘 유지하지 못한 기억은 혹 있어도, 보통 사람들이 이 땅의 정치를 망친 기록은 한 줄도 없다.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은 ‘진정한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특별한 일들을 해 낼 때 찾아온다’고 했으며, ‘정치권의 변화는 안으로부터가 아니라 밖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했다.

자각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아닐까.

정치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나라와 국민이 잘 되는 일보다 정당의 욕심에 머무르는 한, 우리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밖으로부터의 변화가 밀려들기 전에 우리 정치는 안을 잘 살펴야 한다. 당신들보다 국민들이 먼저 깨어 있음을 우리 정치는 알아야 한다. 혹 아까운 정치인들이 남들보다 빨리 생을 마감하지만, 그들이 남긴 기억 속에 이 모든 것을 한 계단 높이는 무언가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 나라가 더 나은 자리로 나아가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의 폭을 넓혀 주시라. 이념과 진영을 넘는 당신의 시도와 도전을 기대한다. 막말과 일탈은 일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여 상식에 맞고 균형잡힌 결정을 이끌어 주시라.

보다 나은 정치가 펼쳐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를 기억해야 한다. 생각의 폭이 그보다 넓은 사람이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중도가 넓어지는 정치가 살아나야 한다. 사심없이 공익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안에서도 바꾸고 밖에서 살피는 정치가 피어올라야 한다.

정치가 나라를 살려야 하므로.

국민이 정치를 살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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