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배후에 흉악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권위와 거짓, 독점과 폭력이 스며 있습니다. 잘 짜인 글, 삶에서 우러나지 않고 포장한 미사여구들이 권위를 갖습니다. 신문의 사설, 서점에 진열된 책. 글이 활자가 되어 시선을 사로잡는 순간 힘을 갖는 거지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는 솔직하고 유창하던 아이들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발표를 시키면 이내 얼어붙습니다. 평소와 달라집니다. 말이 글에 지배를 당하는 순간입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닌 딱딱한 발표가 되어 버리지요. 앞에 서는 순간 권위와 거짓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삶이 자연스럽지 않고 주눅드는 악순환입니다. 내 고유한 삶이 보잘것없어 보입니다. 자꾸만 덮고 숨기고 멸시하고 싶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글을 쓸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나는 ‘말이 글보다 먼저’라는 이오덕 선생의 이론을 충실히 따랐다.”

사람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말과 글이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이란 책에서 본 것처럼 그럴듯한 멋진 문장으로 써야만 하는 것이라고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글을 짓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오덕 선생은 말합니다.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로 그 가슴속에 쌓인 답답함을 털어놓는 것은 마치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생명은 이렇게 해서 자기표현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잘것없다 생각해 숨기고 멸시해 온 내 것, 우리 것을 다시 찾아내 그 가난하고 조그마한 것들을 귀하게 아끼고 드러내 보이고 고이 키워가야 한다. 눈부신 황금으로 빛나는 글의 보물 창고는 먼 어느 나라의 화려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걸린 무지개 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걱정과 한숨과 눈물과 고뇌로 얼룩진 우리들 나날의 삶, 나 자신의 삶 속에 있는 것이다.”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로 흘러드는 진정한 쓰기를 그대와 함께 춤추듯 해 보고 싶습니다. 매일 새벽 두시부터 한 편씩 쓴 새벽 편지를 모아 이번에 <엘리베이션 파워>라는 책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부족한 제 편지를 읽어주신그대 덕분입니다. 처음 얼마 동안 무엇을 쓸까 노심초사하던 날들도 있었지만 100일을 넘기면서부터 글로 그대를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에 미리 대사를 외우고 나갈 필요가 없듯, 그대와 글로 만나는 새벽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귀 기울여 주시는 그대가 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