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장병 아직까지 재활 치료
격납고 건설 싸고 마찰까지
해병대 항공단 창설도 ‘제동’
법적분쟁도 끝나지 않은 상태서
헬기 격납고 건설 갈등 불거져

마린온이 추락한 지 1년이 됐다.

유가족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법적인 분쟁도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지난해 1월, 자체 항공 전력 구축으로 ‘비상(飛翔)’을 준비했던 해병대 역시 마린온 추락사고와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날개조차 펼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에 나선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했다. 당시 이륙 직후 주로터(주회전날개)가 분리되고 나서 동체가 지상으로 낙하했고, 지면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마린온에 타고 있던 장병 6명 중 5명이 숨졌다. 정비사 김모(43) 상사는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현재까지 집 근처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해병대와 달리, 직접 언론 등과 접촉하면서 진실을 알린 유가족들에 의해 전체적인 상황이 알려졌다. 사고 발생 이후 2주 뒤 출범한 마린온 추락사고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4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21일 마린온 추락사고에 대해 프랑스 제조업체가 만든 ‘로터마스트’라는 부품 결함이 원인이었다고 최종 밝혔다. 로터마스트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조사위는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로터마스트와 같은 제조공정을 거친 다른 로터마스트 3개에서도 같은 균열이 식별됐고, 제조업체인 프랑스의 오베르듀발사도 열처리 공정을 공랭식으로 해야 하나 수랭식으로 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며 제조 공정상 오류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는 숨진 장병 5명에게 1계급 특별진급을 추서했다. 고 김정일 대령, 노동환 중령, 김진화 상사, 김세영 중사, 박재우 병장 등 5명이다. 보훈처는 지난해 9월 5명을 모두 국가유공자(순직군경)로 결정했다. 해병대 1사단 주둔지에는 지난 3월 마린온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을 위한 위령탑도 세워졌다.

해병대 사령부는 지난해 1월 10일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서 상륙기동헬기 1, 2호기 인수식을 가졌다. 해병대의 영문 표기인 ‘마린(MARINE)’과 최초 국산기동헬기 ‘수리온(SURION)’을 합쳐 마린온으로 결정됐다. 1973년 해군 통합 이후 45년만에 자체 항공 전력을 구축하게 된 해병대가 마린온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1, 2호기 인수식을 계기로 해병대는 해병대 항공단 창설 추진에 탄력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마린온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마린온 순직자 유가족들은 올해 1월 대구지방검찰청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마린온 헬기 제작사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서 유가족들은 “헬기 추락사고로 5명의 장병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7월 19일 헬기 제작회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수사를 요청하며 고소·고발했다”며 “사고 헬기는 진동 문제로 정비를 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수차례 정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제작사로 반입해 정밀 점검했어야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은 사고 헬기 블레이드(날개) 결함을 수사하고 불량 부품을 사용한 과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해병대 헬기 격납고 건설을 두고 지역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청림동 주민들은 사전에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병대가 헬기 격납고를 건설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0여 대의 헬기가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소음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해병대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17일 오전 포항 해병대에서는 마린온 순직자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