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현경북도청본사
손병현 경북도청본사

상고(上古)시대부터 진작된 농경사회에선 풍년(豊年)은 모두의 염원이었다.

이 때문에 풍년을 바라며 하늘에 제를 올리는 다양한 풍습들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풍년으로 농산물이 과잉 공급돼 가격이 폭락하는 일명 ‘풍년의 역설’로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열심히 일해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은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오르는 인건비에 생산원가가 치솟아 수익을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전국 평균 양파 20㎏ 도매가격이 9천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1만7천원 정도하던 가격에 크게 못 미치는 값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경북도는 정부의 정책만 바라보면서 해결책을 스스로 발굴하지 않고 정부 정책에 끌려가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야 가격이 급등하면 가격안정의 이유로 수입량을 늘리고, 가격이 폭락하면 산지 폐기같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단기 미봉책에 급급하다. 그런 대책은 농민들도 내놓을 수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주무 부처가 내놓는 농산물 수급 예측은 기상예보만큼이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기 일쑤고,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실행할 때는 이미 늦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으로 돌아간다.

언제까지 세금을 들여 애써 키운 작물을 갈아엎고 지역 단체와 공무원들에 떠넘기기 판매를 할 것인가. 산지 폐기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에 다다른 지 이미 오래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배면적 의향만 조사하는 것이 아닌 농산물 소비추세까지 함께 파악해 수급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초과 생산된 물량은 선매입해 시장 격리하고, 가격이 안정되면 시장에 내놓는 공공수급제와 전체 작물의 10% 정도에만 적용 중인 채소가격 안정 제도를 농민 눈높이에 맞추고 기금화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부와 자치단체 중심의 수급조정 정책을 생산자 단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산지 폐기와 긴급수입 등으로 시장가격에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정책면적을 한정해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자율적으로 담당토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치단체들은 농산물을 이용한 수출 가공 등 6차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경북도는 전직 농정 책임자인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농업 정책을 지휘하던 수장으로서 그동안 뭘 했는지 반성했고 앞으로의 책임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와 함께 농도(農都) 경북의 농정 목표인 ‘제값 받고 판매 걱정 없는 농업 실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풍작이 농민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경북 농촌을 만들어 주길 희망해 본다.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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