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스페인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gon Team Academy)’에 주목하게 된 것은 학생들과 다녀온 글로벌탐방단 덕분이다. 7월 1일 출발해 10박 11일동안 ‘플랫폼 협동조합’을 주제로 빌바오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사회적경제의 상징인 몬드라곤 지역은 빌바오에서도 한 참 떨어진 작은 소도시였지만 협동조합의 성공을 통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곳이었다.

몬드라곤 대학은 스페인 내전 이후 피폐해진 바스크 지방을 살리기 위해 호세 마리아 신부가 세운 기술학교로 시작되었다. 현장에서 쓰임새가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몬드라곤 대학의 MTA 졸업생들이 설립한 협동조합 TZBZ은 바스크어로 “Why not?”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여러 스타트업이 실험하며 공존하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가 만난 LEINN(Leadership,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의 팀 코치들과의 대화는 한국의 대학교육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교수와 학생, 수업과 시험이 없는 교육, 팀코치가 유럽 학사학위과정으로 인정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Talk, Do, Connect’라는 슬로건 하에 혁신적인 창업을 하는 글로벌 리더들을 육성하고 있었다. MTA는 사회적 경제를 인큐베이팅하는 랩이다. 협업을 위한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만남과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창업을 시도하는 젊은 기업가들을 키우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과 관심을 나누며 유럽, 미국, 중국 등 전세계를 다니면서 창업 프로세스를 익히고 경영관리기법을 배우는 실제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LEINN은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혁신적인 사업가로 육성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가 MTA 랩에서 만난 세 명의 젊은 여성 팀코치들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은 학생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교육에 대해 말한다. “학교는 기술적 기량의 교육 비중을 낮추고 종합적인 목적의 삶의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앞으로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는 기능적인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을 키우는 4C교육으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MTA는 학습자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창업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며 융합적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가는 모델이었다. 실제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세계시민의식도 키우고 공동체 정신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교육적 의미가 있었다.

이번 글로벌탐방단 일정을 함께 하며 ‘모든 길은 구글로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앱 네이티브(App Native) 세대답게 학생들은 구글 맵으로 약속된 장소의 주소를 입력하여 익숙하게 찾아다녔다. 스마트폰과 구글로 장착한 신세대들은 거침이 없었다. 구글로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구글맵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낯선 곳에서의 여러 일정들을 소화했다. 7명의 학생들이 한 팀을 이루어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서를 작성하며 주도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던만큼, 직접 스페인에 와서 현지 담당자를 만나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 깊은 공부로 이어졌다. 강의실 밖에서 이러한 구체적인 배움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온 몸으로 현장 분위기까지 기억하며 체험을 내재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