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이솝우화 중 하나로 ‘양치기 소년’이 있다. 양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 며 자주 거짓말로 소란을 피웠다. 동네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번번이 헛수고로 끝났다. 여러 번 반복되는 소년의 거짓말은 신뢰를 잃어갔고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아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었다. 거짓말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으되, 듣는 사람의 상식과 심리를 기만하여 이득을 얻은 경우다.

사실이 아닌 것을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처럼 꾸며서 하는 말은 대개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가 죄가 없는 거짓말로 원만한 인관관계를 위한 거짓말이나 농담을 말하며, 자식 자랑을 하는 부모에게 ‘아이가 참 이쁘네요.’라고 말하는 사례이다. 둘째로는 방어적인 거짓말로 가장 흔한 형태이다. ‘늦잠을 자놓고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하는 사례이다. 셋째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짓말로 허풍이나 허세를 부리는 경우로 이승만 정부의 ‘북진통일론’이다. 이 주장은 실제로 전투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북한위협으로부터 국민의 동요를 막고 반공정신과 안보의지를 다지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라는 허황한 허풍을 떨었다. 끝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로 가장 악의적인 말이다. 이 악의적인 거짓말은 일반인들이라면 개인이나 사회에 부분적으로 그 피해가 미치겠으나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회 지도층에서의 거짓말은 한 국가의 멸망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서인 황윤길의 왜적 침입보고에 대해 동인 김성일이 민심이 흉흉할 것을 우려하였다는 반대보고이다. 당시 조정의 동·서인의 치열했던 정파싸움을 감안하면 주리론과 예학에 밝았던 김성일이 풍신수길의 흉계를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다. 결국 민심은 거짓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김성일의 보고서를 선택한 조선은 7년이라는 전란 속에 조선백성의 삼분의 일이 도륙당하는 화를 입었다. 분명히 사실 혹은 진실을 말하는데 거짓인 경우가 있는데 특히 정치인들이 이 방법을 자주 쓴다. 많은 정치인이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기억에 없다.’는 수사를 활용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의 거짓말 논란 파장이 크다. 그의 강직하고 정의로운 이미지에 큰 생채기를 입었고 검찰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하지만 이 거짓말은 개인의 도덕이나 특정 조직의 신뢰훼손에서 그치고 만다.

가장 위험한 거짓말은 군 조직의 거짓보고이다. 지난달 16일 군 경계를 뚫고 들어온 삼척 북한 목선사건에 대한 국방부 대국민 발표는 한마디로 드러난 상황과는 동떨어진 거짓말 보고였다. 또한 지난 4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고 인근에 거동 수상자가 나타나 암구호를 확인하려 했으나 응하지 않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 뒤 2함대 소속 병사가 본인이라 자수했는데 조사 결과, 상급자의 명령으로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계실패의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건의 은폐, 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13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밝힌 범인은 인접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로 밝혀졌다. 현장의 오리발에 대한 설명이 없어 신뢰성이 없다. 더구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국회의원에게 거짓대답을 일삼는 합참의장의 행위나 국방장관의 인식이 국민에 대한 거짓발표를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보면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이 일상인 모양이다. 목선사건은 진실을 비틀었고, 이번 2함대 사건은 통째로 조작한 것이다. 적(敵)의 눈치 속에 군기는 무너지고, 자리와 영욕에 연연하는 지휘관들이 우글거리는 군대는 더 이상 군이 아니다. 한비자의 ‘망징편(亡徵篇, ‘나라가 망하는 징조’)’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