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분양가 상한제에 미련을 못 버리나?
왜 분양가 상한제에 미련을 못 버리나?
  • 등록일 2019.07.15 19:46
  • 게재일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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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들썩거리자 정부는 다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와 반대였다. 그 당시 한국의 전후세대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걸쳐 있어 주택수요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반면 분양에 의욕을 잃은 건설업자들이 주택공급을 줄여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봤다.

지금은 한국의 전후세대들이 은퇴하고 있다. 이제 거주비를 절감하고 의료비를 비롯해 여생의 생계비를 충당해야 하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즉 주택의 실수요는 꺾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 수단으로서의 주택 수요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연 평균 1.76%까지 하락했다고 한다. 참을 수 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있을 만큼 비싸다는 이야기다. 주택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은퇴하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월급 대신 정기적인 보상을 해주는 투자수단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 자산 가격에 프리미엄이 생긴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도 ‘월세’에 익숙해진다. 특히 집값이 상승해서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이용 목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결국 주택을 투자목적으로 구입하면 ‘월세’라는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다. ‘역모기지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이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되어 간다.

특히 비싼 고급 주택 수요는 더 증가한다. 예전에 경제가 고성장하던 시절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바빴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은퇴인구가 많아질수록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한 좋은 집에 살고 싶다. 한편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들을 보면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스마트한 기능들이 많다. 결국 전반적으로는 한국에서 주택 수요가 꺾였지만 고급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이 붙는 주택의 양극화가 나타날만한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효과적일까? 건설사들의 국내 아파트 분양에서의 세전이익률은 10%로 추산된다. 물론 강남권 아파트는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얼마나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건설사들의 경우 고정비 부담(leverage)이 낮기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아파트 가격을 1% 깎는다고 할 때 이들의 수익성은 1%보다 훨씬 더 훼손될 수 있다. 당연히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의욕이 쉽게 꺾일 수 있다. 반면 2000년대 중반과 이유는 다르지만 강남 등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의 주택 수요는 강하다. 과거처럼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집을 투자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 1가구 다주택을 금지하고, 정부만이 소비자에게 낮은 월세로 임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 경우 투자수단으로서의 가격 거품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모를까 지금 그러려면 엄청난 혼란이 따른다. 평생 벌어서 강남에 집 한 채 산 사람도 있고, 다른 자산을 팔아서 주택을 구입한 분들도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자금이 빠진다면 어디로 갈까? 국내 금융자산을 더 비싸게 만들 수 있는데 이것도 서민들이 여생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또한 주택이탈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입물가가 상승하는데 이는 서민들의 삶의 질을 훼손할 수 있다.

자금을 강남 부동산에서 지방으로 유도하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훌륭한 신성장기업들이 지방 도시에 많이 생겨야 한다. 그 쪽으로 사람들이 모이며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왜 근본 대책을 도외시하고 편법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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