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 일
한 그루 키 큰 나무로 서고 싶어요 나는
그대의 집 높디높은 담장보다
매일 한 뼘씩 더 올라 가지를 뻗고 싶어요
그대, 눈부시게 화장을 하는 푸른 방의
손거울을 반쯤이나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 밖에서, 잎 넓은 나무로 서서 가려주고 싶어요
내 큰 손으로 가장 밝은 햇살만 따 담아 말렸다가
비가 오는 날은 잘게잘게 갈아서
그대의 이마 위에 뿌려드리고 싶어요
목이 타는 한여름 가뭄이 들 때
내 가슴 그늘로 자리 펴고 바람으로 짠 홑이불 덮어
그대 고운 잠 자장가 불러 재우고 싶어요
절절한 사랑의 노래를 듣는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섬세하고 부드러운, 따스하고 살가운 사랑을 보내고 싶은데 임은 먼 곳에 있어 늘 그리움에 젖어 애틋한 마음만 바람 속에 얹어 보내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