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천590원 의결
구체적 자료 대신 추상적 답변
문 대통령 “1만원 못 지켜 송구”

2020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2일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천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보다 2.87% 오른 금액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의결한 2010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2.6%)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측이 제시한 ‘8천880원안’과 사용자위원 측이 제시한 ‘8천590원안’을 놓고 13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재적인원 27명 전원이 참여한 투표 결과 사용자위원안 15표, 근로자위원안 11표, 기권 1표가 나오며 사용자위원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10.9% 대폭 인상됐던 지난해 당시 인상이유와 관련, 구체적인 설명자료를 낸 최저임금위가 이번에는 설명없이 결과만을 보도자료로 배포하자 인상폭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가 같은 날 최저임금 의결 직후 언론에 공개한 4쪽짜리 보도참고자료에는 최저임금 금액과 작년 대비 인상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 최저임금 의결일지 등을 포함했을 뿐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4일 최저임금 결정 당시 ‘위원장 브리핑 자료’라는 제목의 7쪽짜리 자료를 통해 인상 근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자료에는 임금 인상 전망치 3.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고려한 보전분 1.0%, 노사 양측의 주장 등을 반영한 ‘협상 배려분’1.2%, 소득분배 개선분 4.9% 등을 합해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도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사용자 측에 요청하라”고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표결을 통해 사용자안을 채택한 결과인 만큼, 산출 근거도 사용자위원들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사용자위원들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 외에는 최저임금법에 입각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브리핑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9%로 의결한 것은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과라는 추상적인 설명만 반복했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며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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