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겼어도 별 소용없었다. 청원 접수 후 한 달만에 20만 명을 넘겨 청와대의 답변을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청와대 답변 요지도 “국회에서 법 제정하면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이어서 포항시민에겐 되레 더 큰 실망만 안겨주었다.

지난 11일 대정부 질의에 나선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은 “포항지진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 포항지역은 지진으로 14조 원의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지역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포항이 받은 피해가 이 지경에 이른데도 정부와 여당은 지진피해 특별법 제정에는 여전히 차일피일이다. 국가가 일으킨 재난에 해당 장관이나 총리 등 책임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사과 한번하지 않았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지금 포항시민의 마음은 갑갑할 뿐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 중대형 상가(330㎡)의 공실률이 24.1%에 달했다. 전국 평균 11.3%의 배가 넘는다. 경북 평균 17.4%보다도 1.5배나 높았다. 201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 한다. 상가 10개 중 2∼3개가 빈 상가로 남아돌고 있다는 뜻이다.

포항지역 상가 공실률은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당해 연도인 2017년 1분기에는 13.5%였다. 그러나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확산되던 다음 해인 2018년 1분기에는 21.1%까지 크게 올라갔다. 2019년 1분기에는 24.1%까지 올라 불과 2년 사이 10.6% 포인트가 상승했다.

누가 보더라도 포항의 상가 공실률 증가는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본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경제외적 부담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상가점포 임대 수요를 줄인 점 인정된다.

하지만 포항지역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은 지진의 영향을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금 포항지역의 상가 점포는 알짜배기라는 1층조차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 수익률도 0.8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포항은 지금도 지진 피해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상가 공실률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사실 말고도 주택 피해와 경기침체 등 설상가상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도움 없이는 도시복구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경으로 잡아 놓은 지진예산도 1천1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타지역과 공통으로 증액되는 사업 등을 고려하면 실제 지원액은 200억 원이 고작이다. 정부의 지진특별법 제정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다. 전국 최고의 상가 공실률 하나만 보아도 포항지진의 피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