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1분기 중대형 임대동향’
도내 공실률, 전국 2번째 ‘17.4%’
포항은 통계작성 후 최대 ‘24.1%’
구도심·신시가지 구분없이 침체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등 직격탄

‘상가 매매·임대 010-○○○○-ⅩⅩⅩⅩ’

11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 대로변의 한 건물 입구에 이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건물주는 “지난해 카페가 나가고 주인 없는 점포로 수개월째 방치 중”이라며 “월세를 낮췄는데도 선뜻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까지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불황의 그늘이 지역 상권까지 덮쳤다. 경기침체 여파로 텅 빈 상가 점포가 늘면서 중대형 상가 공실률(空室率)이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해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경북 중대형상가(330㎡ 이상) 공실률은 17.4%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11.3%)을 크게 웃돌며 세종시(18.7%)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0.81%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 가장 낮았다.

포항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 경기를 지탱해온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실률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2019년 1분기 포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24.1%에 달했다. 201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1분기 13.5%에서 2018년 1분기 21.1%, 2019년 1분기 24.1%로 최근 3년간 빠른 속도로 빈 점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투자수익률은 0.33%포인트 감소했다.

대로변 1층 건물에도 ‘주인 찾는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 1층 상가는 고객이 드나들기 쉽고 광고 효과가 뛰어나 자리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같은 건물이라도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고 지역 버스노선이 1∼2개 이상 있을 경우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가 몇 배씩 비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상가 1층 자리를 고수하려는 임차인이 드물어졌다”며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수요 감소가 상가 공실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돈 쓰는 사람은 줄었는데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한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서 빈 점포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상가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연일 하향세다. 경북 중대형상가 3.3㎡당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4만6천원에서 올해 1분기 4만2천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포항은 5만2천원에서 4만6천원으로 감소폭이 컸다. 권리금도 계속 떨어지는 분위기다. 상가 권리금이 없는 가게도 등장했다.

이 같은 상권 침체 현상은 지역 내 신(新)시가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인파가 북적이던 중앙상가를 포함한 구도심의 상가 공실률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최근 남구 이동과 북구 양덕동 등 새롭게 형성된 지역 중심부의 상권도 분위기가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구도심과 신시가지를 가리지 않고 상가 공실률 상승 흐름에 휘말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병국 전 포항시의원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지역경제 부담이 커졌다”며 “특히 포항은 지진 등의 이유로 투자가 줄고 기업 유치가 원활하지 않아 지역 총생산량 자체가 줄었다. 그 결과가 상권 몰락을 견인하면서 상가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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