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농 늘고 작황 좋아
수매가 지난해 절반으로 ‘뚝’
농민 “최저 생산비도 못미쳐”

수확한 마늘을 다듬고 있는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정도근씨(70)의 마늘농가 농민들. 
수확한 마늘을 다듬고 있는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정도근씨(70)의 마늘농가 농민들. /조규남기자

[영천] 영천시 산지마늘가격이 폭락했다.

작황이 좋아 공급 물량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최저생산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마늘 가격 폭락으로 농심이 시커멓게 멍들어 가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신녕면에서 올해 첫 수매가 열렸다.

작년 같으면 마늘 수매를 위해 신녕농협 앞에 길게 늘어섰을 화물차들은 보이지 않았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부터 농가를 방문해 수매한다고 설명했다.

신녕농협 박연진 상무는 “수매를 시작했어도 아직 수매가는 못 정했다”고 말했다.

수매가 미정에 대해 “앞서 경남 창녕에서 대자(지름 6cm 이상) 1kg당 2천300원 선에 수매했다가 시세가 1천600원까지 폭락해 15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녕농협은 올해 총 5천600t을 수매한다. 지역 생산량의 30% 수준이다.

현재 수매가는 1kg당 1천700원 선으로 농협 관계자들은 예상하지만, 전날 마늘 시세가 1천500원까지 떨어지며 수매가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2천800원 선이었다.

농협 인근 마늘 다듬기 작업장에서 마늘을 다듬던 허석표(65)씨는 “복숭아, 포도 등 과일값 떨어진다고 정부에서 보상금 주고 과수원을 없애니 다 마늘로 몰렸다”며 “정부에서 농산물 대책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분노했다.

전주택(65)씨는 “농산물은 기본비용이 들어가는데 물가가 올라가면 농산물 탓만 한다. 이래저래 농민만 죽어간다”고 푸념한 뒤 “내년부터 1천 평의 마늘밭을 다른 작물로 바꿀 것이다”고 했다.

마늘 재배 농민들은 “저온 현상도, 병충해도 없이 농가마다 대풍을 맞아 마늘 작황이 좋아 신녕면에서만 생산량이 작년의 두 배 정도 늘 것으로 추산된다”며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라 마늘 값의 추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신녕면에는 750여 농가 중 700여 농가가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을 심은 곳은 20년 전만 해도 대부분 논과 사과밭이었다.

/조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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