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유니클로 매장 카운터의 모습. 할인행사 기간이지만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김민정기자

#사례.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남구 해도동 유니클로 매장. 지난달 21일 개점한 이곳은 평소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계산대마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기 의류매장이다. 문을 연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명 ‘오픈빨’을 누렸다. 국내 SPA(제조유통일괄형) 시장 1위 유니클로는 일본 주식회사 패스트리테테일링이 지분 51%를 보유한 일본계 기업이다. 최근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자 유니클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유니클로 매장 입구에는 할인행사를 알리는 배너가 펄럭이고 있었지만, 내부엔 손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았다. 계산대는 텅 빈 채 포스기가 자리를 지켰다.

같은 시각 건너편 탑텐 매장에는 손님 10여명이 쇼핑 바구니를 들고 옷을 고르고 있었다. 계산대에는 직원 2명이 손님을 응대 중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니클로 제품을 즐겨 사 입었다”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 일본 불매운동 목록에 포함된 기업의 제품은 아무래도 구매하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양국간 무역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역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불매기업 리스트가 온라인상에 퍼지자 포항지역 내에서도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분위기다.

특히 20∼30대 여성과 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열기가 거세다. SNS를 통해 불매리스트에 포함된 의류업체와 편의점, 음료 및 주류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보이콧 재팬’에 힘을 싣고 있다.

지역 유명 인터넷 카페에는 일본 기업이 만든 각종 생활용품과 전자기기, 의류, 화장품, 사무용품 등의 정보와 함께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게시글이 등장했다. 일본 수출규제 강화 발표 이후 불매운동과 관련된 게시글만 70여건에 달한다. 인기 게시물의 경우 조회수 3천회 이상을 기록하며 댓글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30대 주부 B씨는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일본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단순히 냄비근성으로 이번 불매운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확실한 주관을 갖고 동참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선 판매자들도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은 지난 5일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 맥주와 담배 등을 반품하겠다고 밝힌 편의점 업주들도 화제다. 연일 거세지는 불매운동 열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체 브랜드가 많은 유통 소비재의 특성상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 운동이 기업 경영방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자칫 감정이 앞설 경우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역 분쟁 심화 속에서 불매운동과 같은 감정적 대응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GDP가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이나 중국기업 등이 대체하면 오히려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정기자@kbmaeil.com

    김민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