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제철소 조업정지 처분 관련
현대제철에서 ‘집행정지’ 신청
권익위, 다툼 소지 있다며 ‘인용’
최종 심판 결정에 3~6개월 소요
경북도 청문절차에 영향 더불어
블리더 논란 새 변화 올 지 ‘관심’

가동중단 위기에 처한 고로 블리더 개방을 둘러싼 다툼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1차로 철강업계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심위는 지난 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본회의를 열고 충남도가 당진제철소에 내린 10일간 고로 조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해 현대제철이 낸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認容·받아들임)했다.

중앙행심위가 현대제철의 신청을 인용하면서 같은 이유로 각각 10일 조업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받고 청문절차를 진행 중인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의 향후 고로 계속 가동여부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앞서 포스코는 블리더가 고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필수시설이라며 지자체에 청문절차를 요청했다.

전남도는 청문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렀으며 경북도의 경우 청문절차에 앞서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의 판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충남도와 같은 처분이 내려져 행정심판에 들어갈 경우 같은 결과가 예상된다.

중앙행심위는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상 집행정지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현대제철 측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고로 조업을 지속하며 중앙행심위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종 심판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충남도, 현대제철 중 어느 한 쪽이 불복한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된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5월 30일 당진제철소가 제2고로를 가동하면서 별도의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채 블리더(Bleeder)를 개방해 오염물질을 배출한 책임을 물어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지난달 7일 “현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앙행심위에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현대제철은 고로 점검시 블리더 밸브를 개방하는 것은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휴풍작업(고로에 원료와 열풍 공급을 중지하는 것)시 블리더 밸브를 개방하는 것은 국내외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신청 이유를 들었다.

중앙행심위는 현대제철의 신청을 ‘인용’하면서, △휴풍작업시 블리더 밸브를 개방하는 것이 화재나 폭발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고, △현재로서는 해당 방식을 대체할 상용화 기술의 존재 여부가 불분명하고, 블리더를 개방해 고로내의 가스를 방출하는 경우 대기오염방지 시설을 가동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점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 고로가 손상돼 장기간 조업을 할 수 없는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인용 이유로 들었다. 철강업계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중앙행심위는 추후 조업정지 처분 취소 심판에 대해 양 당사자와 관계기관의 진술 등 조사과정을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당진제철소의 고로가동은 유지되지만 충남도가 행심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의 블리더 개방이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며 “환경부 역시 블리더 개방이 명백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우리 입장과 같다. 행심위의 집행정지 인용은 임시적 결정이며, 본안 판단과는 별개이다”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앞으로 3∼6개월 뒤에 열릴 본안의 행정심판을 대비해 TF를 꾸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행정심판위의 이같은 처분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의 향후 진행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 4월 24일 광양제철소 고로에 설치한 블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했고, 경북도 역시 지난 5월 27일 포항제철소에 대해 같은 조치를 내렸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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