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국가산단내 GM코리아 중화탑서 염소가스 새 나와
일부 직원·주민 등 26명 가스 흡입으로 병원치료 받아
2013년 불산 유출 후에도 사고 연이어 안전불감증 ‘심각’

불산 유출 사고를 겪은 구미에서 또다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8시 50분께 구미국가산업1단지 내 GM코리아(구 지엠씨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뒤 회사 직원들과 구미화학방재센터가 현장에서 염소가스 누출을 차단했으나, 일부 직원과 주민 등 26명이 가스를 흡입해 순천향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치료 후 모두 귀가했다.

구미화학방재센터 등은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GM코리아에서 염소가스 제조과정 중 중화탑(굴뚝) 오작동으로 염소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누출양, 누출 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구미시는 “누출된 가스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많은 양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GM코리아가 회사 이름을 바꾸기 전인 지난 2013년 3월 염소가스 누출 사고로 1명이 다치고 16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 2013년 불산 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왜이리도 계속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3년 불산 유출 사고 이후 구미시에서 일어난 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2014년과 2016년, 2017년, 2018년에 각각 1건 등 총 4건의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4건 모두 경미한 사고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화학물질이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빈발하는데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5월 20일에는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공장 4개 동이 모두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공장이 휴대전화 부품과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여서 불산과 질산 등 유독화학물질이 대량 보관돼 있었다. 다행히 불이 번지기 전에 유독물질들을 옮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8일에는 불산을 취급하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에서 불이 나 연기를 마신 직원 11명과 대피 중 머리를 다친 직원 1명 등 모두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다행히 불이 불산 저장소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이렇듯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업체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4년 7개월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나 화학물질누출·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00명에 이르고, 부상자도 2천169명에 달한다. 유해 위험물을 취급하지만,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도 총 1천228곳으로, 부과된 과태료 액수만 6억5천만원에 이르렀다.

화학물질 전문가들은 “화학물질누출 사고는 대규모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고, 2차 피해로 이어질 경우 수습이 어렵다는 점에서 예방 활동과 안전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면서 “당국은 불시 점검 방식을 늘리고, 전문성을 갖춘 현장조정관으로 하여금 꼼꼼하고 빈틈없는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미/김락현기자

    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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