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희
나를 일으켜세운 건
사랑하는 아내도
끝까지 버팅기고 남아 있는 동지도
눈물겨운 시도 아니었다
나를 일으켜세운 건
평안도 용강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네 아버지와
전라도 무안땅에서 왼종일 땅만 파는
무지렁이 내 아버지의 탄식이었다
태풍에 쓰러진 벼포기들을 일으켜세우던
그 거친 손길이었다
발간한 시집 때문에 한 때 국가보안법에 걸려 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 시인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그 어떤 것보다 농사꾼 아버지의 망설임 없는 결행과 실천이었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어떤 이론이나 주장보다도 거침없이 행동하며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