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에너지절약대책 일환
39년 전부터 시행 규정 ‘그대로’
기온 상승 온난화 등 반영 안 돼
업무 스트레스 넘는 고통 호소
새로운 기준 적용 필요성 제기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실내 적정온도의 늪에 갇혔다. 냉방설비 가동 시 시청 등 공공기관의 경우 실내온도 평균 2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한에 걸려 찜통더위 속 뜻밖의 여름철 ‘극한직업’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28℃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학교와 도서관, 의료기관,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등은 탄력적으로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개별 냉방설비와 냉방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중앙집중식 냉방 방식의 경우에도 실내온도를 26℃까지 낮출 수 있다.

적정온도 28℃ 이상 유지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여름은 혹독한 계절이다. 정부는 쿨맵시 복장 착용을 권하고 있지만 무더위를 감당하기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돌았던 지난 4일 포항 남구청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반소매 셔츠를 입은 직원들의 표정에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무실 책상마다 개인 휴대용 선풍기가 놓여 있었고 컴퓨터와 TV 등 전자기기의 열기까지 더해져 바깥공기만큼이나 내부는 습하고 후텁지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보다 더 심한 게 더위 스트레스”라는 얘기가 나온다.

남구청 직원 A씨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며 “요즘 같은 날씨엔 선풍기 바람을 쐬며 차가운 음료를 마셔 봐도 더위가 해소되지 않아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에 대한 새로운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달라진 기후와 건강 등을 고려해 적정 실내온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실내온도 기준을 정한 시기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정부 및 정부산하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대책에 따라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동절기 18℃ 이하, 하절기 28℃ 이상으로 제한했다. 그 사이 적정온도 기준은 몇 차례 바뀌기도 했지만 사실상 38년 전 기준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포항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무더위에 지친 공무원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노동환경과 기후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좀 더 융통성 있게 실내온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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