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단체장의 ‘우리 고장은 지금’

오도창 영양군수

우리에게 1년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간적으로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말하며 일수로는 365일이 걸린다. 학생들에게는 학년이 오르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바뀌는 일련의 학습 과정이고, 농민들에게는 토양을 가꾸고 씨뿌려 수확을 거두는 농사 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정에게 요구되는 1년은 지구의 공전과 같이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주민들은 행정기관을 향해 그동안 무엇을 해왔느냐고 끊임없이 묻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1년 전 오늘이 지금의 오늘과 같다면, 더 나은 내일은 커녕 현재를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 요즘 세상에서 받아들여지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영양군의 지난 1년은 어떠했을까?

1년 전 민선7기의 출발을 알리는 6.13 지방선거가 있었다. 결과를 보면 딱 절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양군의 민심은 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영양댐과 영양풍력발전 등 대규모 토목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찬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기는 커녕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위력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인구가 1만 8천명이 채 되지 않는 영양군이 둘로 나뉘어져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임기 시작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인식하고 더 큰 각오를 다졌다. 민선7기 군정 목표인 ‘변화의 시작! 행복영양’이라는 구호 속에는 지역의 판을 바꾸어 분열의 시대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었다.

취임사에서 꺼낸 화두 또한 당연히 화합이었다. 과정의 투명성 확립을 통해 화합과 통합의 영양군을 만들 것을 군민 앞에서 선포했다. 이를 필두로 장터에서도, 체육대회에서도, 심지어 출향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지역 화합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외치고 다녔고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주요 대로변마다 펄럭이던 시위 현수막은 현저히 수가 줄었고 군청 앞에서 수시로 울려 퍼지던 시위대의 목소리 또한 잦아들었다. 대신 각종 간담회 자리나 군민사랑방까지 찾아오신 군민들과 함께, 군정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많아졌다.

그동안 대규모 토목사업에 밀려 있던 군민의 삶을 보살피는 일에는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각종 주민불편사항을 신속히 해결해주는 생활민원 바로처리반이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매월 100여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고. 지역 어르신들은 군에서 지원된 목욕상품권을 들고 목욕탕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소상공인들은 영양군의 보증으로 손쉽게 경영 자금을 마련하게 되었고, 에너지 복지를 실현할 LPG 배관망 공사, 낙후지역 생활 여건을 개선시켜 줄 도시재생사업과 새뜰마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작지만 군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업들이 하나둘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갈등은 점차 줄어드는 대신 군민들의 포용력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지난 5월 개최된 산나물 축제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축제장을 평소 가장 붐비는 지역인 전통시장 주변으로 이전하는 결단을 했다. 당연히 주차된 차량 수백여 대를 이동시켜야 했고 멀쩡한 도로를 차단해야 했다. 전에 없던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주민 협조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주민들은 기꺼이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생활의 불편을 인내했고, 특히, 축제 기간 내내 축제의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축제방문객은 전년 대비 160% 증가(16만명)했고 경제효과는 56억원에 달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결과는 군민과 행정이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좋은 결과를 위해 힘을 모으는 소통과 협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좋은 사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화합의 결과가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군민들이 직접 몸으로 체감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민선7기의 1년은 그렇게 한 순간처럼 지나갔다.

그런데 한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나니 뭔가 아쉽고 찜찜한 부분이 있다. 시간적인 느낌은 한 순간일지 모르나 그 1년을 이루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우리 군민들과 공직자의 열정은 결코 한 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9년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여야, 남녀, 노사, 세대, 지역, 이념, 빈부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이것은 때로 갈등을 넘어 불신과 혐오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쉽게 승자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화합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영양군은 내륙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이지만, 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더 없이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때가 되었을 때, 누군가 영양군의 자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단합된 힘’ 이것이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1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