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개의 서열관계를 이해한 사람은 개를 웃게 만들수 있고, 나아가 개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과 아이들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보더콜리와 함께한 동물교감교육 모습.

최근에 개가 아이를 공격한 사건 때문에 SNS에서 관련 토론이 뜨겁다. 우선은 개가 인식하는 사회에서의 지배와 우위, 서열에 대한 이해가 우선 있어야 하고 개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어떠한지, 서로 어떻게 다른 개체들과 관계를 맺는지, 리더가 되는 개는 어떻게 자기를 따르는 개들을 대하는지, 서열관계가 낮은 개들은 어떻게 서열 높은 개들을 대하는지, 공격성의 근본이유를 알지 못하면 개와 사람이 사회에서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고 개에 물리는 사건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개는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과 이미 서열이 형성되어 있지만 서열과 공격성은 별개 문제이다.

우선 전제가 되는 중요한 핵심은 콜로라도 대학교 명예교수인 마크 베코프가 이야기한 것처럼 개들이 가진 지배, 주종관계 개념은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고통을 주고 조종하고 벌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지배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개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서열을 가지고 지배행동을 보이는 개체가 있는데 에드워드 윌슨에 의하면 동물은 세가지 유형의 서열형태를 가진다. 첫째는 폭정이라는 개념의 형태다. 폭정은 한 개체가 집단의 모든 개체를 지배하며, 지배당하는 개체끼리는 위계의 차이가 없다. 즉 A>B=C=D=E 이다. A가 모든 다른 개체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BCDE는 같은 위치에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선형적 서열인데, A>B>C>D>E로 표시할 수 있고 B>D, B>E, C>E 관계가 보존된다. 즉 모든 구성 개체들이 서열상 높고 낮음이 순서대로 명확하게 정해진다. 비선형적 서열은 다른 모두를 지배하는 하나의 개체가 반드시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개체들의 관계가 선형적 순서를 따르지 않는 경우이다. A>B, B>C, C>D, D>E 이면서 E>A, D>B일수도 있는 경우이다. 누가 가장높은 서열인지 가장낮은 서열인지 알 수 없고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서열이 존재한다. 동물들은 이처험 크게 세가지의 유형의 서열형태를 가지는데,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개는 세가지 유형중 두 번째인 선형적 서열을 이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개들이 모이면 특별히 평등하지 않고, 거의 항상 지위 구분이 엄격해서 서열이 사다리를 닮았다. 개는 A가 B보다 높고 B가 C보다 높으면 반드시 A가 C보다 서열이 높다. C가 A보다 서열이 높기도 하는 복잡한 비선형적인 서열관계는 관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훈련사들이 사람과 개가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사람이 개보다 서열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개들은 서열이 결정된 상태에서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의 서열관계를 이해한 사람은 개를 웃게 만들수 있고, 나아가 개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과 아이들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보더콜리와 함께한 동물교감교육 모습.
리트리버

어린 강아지들은 자신의 부견 모견보다 서열이 더 위에 있는 손위 형제자매 개들에게 복종하지만 부모개와 손위 형제자매 개들은 어린 강아지들을 먼저 먹인다. 이것이 개 서열관계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핵심이다. 부모개는 제일 큰 자식보다 서열이 높기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하면 큰 자식들의 먹는 양을 줄이고 어린새끼들을 먹인다. 즉 개 세계에서의 서열의 진정한 의미는 먹을 것을 배당할 때 드러난다. 또한 서열이 높은 개는 잠재적 짝과 실질적 짝, 영역, 쉬는곳, 잠자는 곳 등 다양한 자원들에 대한 접근을 지배하고 통제하기도 한다. 개 세계에 실제 존재하는 이런 주종관계 개념은 사람과 조화롭게 잘 살아가기 위한 올바른 관계형성을 위해 정확히 이해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가혹한 훈련방식을 정당화하고 원치 않는 행동에 벌을 줄 때 개의 서열관계 특성을 구실로 삼는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개들의 세계에서 지배가 가지는 의미를 오해하면 개를 학대하게 된다. 사람이 개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훈련법은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서열관계에서의 지배개념과 공격적인 개는 별개문제인데, 공격적인 개들은 우위에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친숙하지 않은 성인이나 아이를 무는 개는 겁이 많은데, 대부분 이런 개들은 강아지 시절의 부적절한 사회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개는 아이를 위협을 느끼는 대상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아지 시절부터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과 어루만짐을 받고, 두려움과 소심함을 가지게 되는 개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사람과 개의 공존, 동물권에 기반한 존중들을 유지할 수 없기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강아지때부터 어떻게 개와 공존할 수 있는지 알게하는 교육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시급해 보인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