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국민 간의 나쁜 감정은 케케묵은 숙제처럼 오래된 일이다. 나라와 나라 간 국민적 나쁜 감정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한 국가 안에서 지역감정이 심각한 대립을 보이는 것을 보면 국가 간 감정 대립은 그냥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다. 반일 감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국가나 대립관계에 있던 국가 사이에 생겨난 현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반일 감정은 주로 역사적 요인에 의해 해석된다. 임진왜란이나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왜구의 습격과 침탈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 피해, 36년의 일제 강점기 통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 꽤 많은 분야에서 문제가 야기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 중 일본이 보인 한국인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약탈적 식민지 정책들은 아직까지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우리 국민에게 작용하고 있다. 쪽바리, 왜구, 왜놈 등 일본에 대한 멸시적 표현도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국민여론 조사에서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주변국 중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응답자의 60%가 일본을 꼽는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제적이나 안보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오랜 반일 감정에 얽힌 국민적 정서 때문에 가깝게 느끼기엔 여전히 먼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보복성 무역 조치가 시작되면서 나라 안팎이 시끌하다.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반일을 둘러싼 대응책을 두고 갑론을박도 많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불매운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는 양국민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냉정하고 지혜로운 묘방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만 주목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