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부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섬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 중에는 교육기관부터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일을 하지만 반쪽 짜리 정규직이란 뜻에서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 질보다 실적 달성 위주로 추진되면서 임금과 신분차별이 여전한 데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목표로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18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결정됐고, 이중 14만여 명이 실제 전환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0여 만명 중 절반이상이 정규직 전환대상에 빠졌다. 일례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은 아예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공기업 등은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시 직접 고용 혹은 자회사 설립에 따른 간접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조직규모·업무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니 이 역시 중규직의 양산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약속한 정규직으로 실제 전환했지만 정규직과 처우가 다른 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샀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소속으로 노동조건이 일반적인 정규직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예산이나 재원의 한정속에 일단 고용안정은 보장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안이한 태도가 일선 기관에는 비정규직을 ‘무늬만 정규직화’로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비정규직의 중규직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