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또한번의 쾌거가 있었다.

전 문화재 청장이었던 유홍준 박사는 “지난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사가 우리나라 불교 1천년의 문화유산이라면 이번 서원은 유교 500년의 문화유산을 드러낸 것”이라 했다.

사학의 공간과 선열에 대한 존경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문화유산은 세계에서 한국의 서원 밖에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 서원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학교육 기관이다. 한 때는 전국에 700군데가 넘는 서원이 난립해 일부 부작용을 일으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전국에 47개만 남게 됐다.

그러나 사학기관으로서 학문적 사상적 영향력은 컸던 곳이다. 특히 경북은 유학의 본향이라 불릴 만큼 우리나라의 사상적 전통을 주도해 온 고장이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군데 서원 가운데 대구와 경북에 소재한 서원이 5군데를 차지한 것은 이런 사상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원의 효시가 된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이 우리지역에 소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상적 원류를 입증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사상가 퇴계 이황 선생의 삶과 철학이 녹아든 도산서원과 서애 류성룡 선생을 배향한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등도 우리나라 최고의 서원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안동 병산서원과 경주 옥산서원은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에 이미 포함됐기에 이번 등재로 세계유산 2관왕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경북 경주시는 옥산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로 우리나라에서는 최다 세계유산 보유도시가 됐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가 처음으로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이 포함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서원의 등재로 세계문화 유산이 14곳으로 늘어났다.

빛나는 유산은 그 지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지역 자존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학문을 수양하고 선현의 정신을 받드는 서원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된 것은 그 고장의 정신적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대구와 경북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신적 뿌리가 이곳에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성리학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면서 조선시대 성리학이 현재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민족의 사상적 본류가 영남권에서 시작해 그 명맥을 아직도 잇고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해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이제 우리지역의 유교문화를 좀 더 체계화하고 대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그것이 통합 보존 관리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도 지키는 일이 된다는 점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