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처리문제로 전국의 지방 정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등 해외를 비롯해 국내외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알 수도 없는 쓰레기들이 끊임없이 밀려와 연근해를 오염시키는 바람에 전국의 시군구들은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해양쓰레기 처리는 열악한 지방 정부가 도맡기에 역부족이다. 정부가 나서서 비용만이라도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다.

경북 동해안 시·군들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처리업무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동해안은 너울성 파도가 상시 일렁이는 바다의 특성상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밀려든다. 포항지역만 하더라도 북구 송라면 지경리부터 남구 장기면 두원리까지 203.7㎞에 이르는 해안선에서 연간 300∼400t의 쓰레기를 수거하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는 396.7t의 쓰레기를 거둬들였고, 이를 수거·처리하는데 9억 원이나 들어갔다. 올해는 9억6천95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중 국비는 달랑 7.1% 수준인 6천885만 원뿐이다. 긴 해안선을 가진 영덕군과 울진군 등 경북 동해안의 다른 지자체들도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재정여건이 포항시보다 열악한 이들 지자체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시군구가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일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북 군산시는 지난달 말 해양쓰레기 정화 행사차 지역을 방문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군산 앞바다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재정 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지방 보조를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관계부처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해양쓰레기가 방치되면 바다생물(수산물의 관점)과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하고, 어선의 스크루에 폐그물이 얽히는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지난 2일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오토캠핑장 인근 해변에서 위험에 빠진 채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북방물개 소식은 해양쓰레기에 위협받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현실을 상징한다. 이 북방물개의 목에는 바다에 버려진 지름 16㎝ 크기의 비닐 팩 링에 목이 걸려 있었고, 이미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9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심의·확정했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이자 국가적인 문제다. 이 중차대한 문제의 처리비용을 여건이 열악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온전히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해안에 연접한 시군구에 부담을 떠맡기는 불합리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