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의 경제 사정이 날로 위축되자 지자체별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를 발행한 해당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사용한 만큼의 돈이 지역사회 및 지역경제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지역화폐 성격의 이 상품권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집중 사용됨으로써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자체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전국 66개 지자체에서 3천714억 원 규모로 발행된 지역사랑상품권은 올해 2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 한다. 참여 희망 지자체도 116개로 늘어날 것 같다. 이런 추세를 감안 정부도 발행액의 4%인 800억 원을 국비로 지원해 줄 계획이라 한다. 경북도내만 해도 포항시를 비롯 6개 시군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는 구미와 영주, 예천, 봉화 등 4곳이 추가로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에서 돌게 하자”는 취지의 지역화폐 발행은 수도권으로 빨려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지역에 붙잡아 두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장을 보러가는 원정쇼핑이 문제가 됐다. 강원도에는 대형할인점이 없고 서울 및 수도권과의 거리도 불과 1시간 정도여서 원정쇼핑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사정을 더 힘들게 한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지역소득의 역외 유출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2016년 기준)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지역에서 유출된 소득의 규모가 99조 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24조 원으로 가장 컸지만 경북도도 16조 원으로 전국 두 번째 규모로 많았다. 지역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는 서울 등지 대도시에 가서 돈을 쓴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소득 격차가 날로 확대되는 경제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매우 의미가 높다 할 수 있다.

비록 아직은 규모가 작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를 시민사회운동으로 확대하고 점차 그 규모를 늘릴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포항시의 사례를 본다면 비교적 성공적아다. 포항시는 2017년부터 3년간 3천500억 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이 중 발행액의 92.7%가 판매됐고, 판매액의 91.8%가 환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이 지역의 자금 순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쳐지지 않는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경제 상황에서 지역단위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지역화폐 발행과 같은 일이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으나 지역의 공동 노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게 금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