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연 호

언제였을까 공원에서 한 컷

나뭇잎 그늘끼리 모여 뒹구는 속에서

누군가 찍어놓은 사진 한 장

내 옆에서 웃고 있거나 눈을 감거나

콧등을 찡그린 사람들이 영 낯설다

언제 누가 불러 이 공원에 가서

오후의 한때를 렌즈 속에 붙잡아 놓았을까

햇살은 그늘 틈새로 튀밥처럼 흩어지고

저마다 고만고만하게 행복한 표정들

하지만 기억은 빛이 들어간 필름처럼 막막하다

기억도 기억끼리만 모여 뒹구는지

도무지 나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나는 사진 속의 나와 겨우 눈 맞춘다

끼어들지 마, 사진 속의 나는

나를 힐끗 노려본 뒤 다시 표정을 잡는다

이 낡은 사진의 얼룩은 세월의 더께가 아니다

그들만의 오후를 침해받고 싶지 않다는

완강한 거부의 흔적이다

사진은 동적 심상을 정적인 정지상태로 만들면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는 시인의 가정과 오래된 사진, 곧 흔적은 촬영의 순간을 독점하는 독자성과 배타성을 동시에 가진다는 시인의 인식이 매우 이채로움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