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시인
김현욱 시인

독서 교육의 목표는 평생 독자를 기르는 것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표도 학생들이 독서를 즐기는 평생 독자로 자라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독자를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은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드나들지만, 고학년이 되면 발길은 뚝 끊긴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면 독서율은 급격하게 감소한다. 입시 지옥을 거치며 책은 거들떠보기도 싫어지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세계 독서율 1위인 핀란드의 대표적인 독서교육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공공 도서관에는 연령별, 주제별 다양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열린다. 이는 핀란드가 독서와 독서 동기를 촉진하는 내재적 동기 부여를 성인과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캠번은 언어 학습의 조건 중에 학생들을 독서에 참여시키는 필수 요소로 ‘몰입’과 ‘시범’을 들었다. ‘기대, 책임, 사용, 유사성, 반응’도 간접 조건에 속한다.

이는 ‘보상’, ‘경쟁’, ‘효용’ 등과 같은 외적 동기 부여가 아니라 내재적 동기이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다. ‘몰입’, ‘시범’ 같은 내재적 동기 부여는 독서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고양시킨다. 무엇보다 독서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인 ‘평생 독자’ 양성에 가장 효과적이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한국의 교사들은 새 학년이 되면 어김없이 교실 환경판에 독서오름길이나 독서인증제, 독서사다리 같은 ‘경쟁’과 ‘보상’의 외적 동기를 이용한다. 독서 지도를 위해 외적 동기인 ‘보상’, 다른 학생과의 ‘경쟁’, 독서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굿과 브로피(Good, Brophy·1987)는 “보상은 수행의 질보다는 노력의 수준을 자극한 데 더욱 효과적”이라며, “보상은 매력적이거나 흥미로운 과업보다는 지루하거나 불쾌한 작업에 더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지루하거나 불쾌한 작업에 효과적인 것이 바로 보상이다. 아울러, ‘보상’은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해야 한다.

‘경쟁’은 학교에서 널리, 오랫동안, 강력하게 쓰였다. 경쟁 요소를 도입한 독서 프로그램, 이를테면, 독서 골든벨, 독서 토론대회 같은 프로그램은 ‘평생 독자’를 기르려는 독서교육의 목표와는 방향이 다르다. 보여주기 행사, 보도 자료용 행사로 남을 가능성이 많고 사실 그래왔다. 경쟁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입시 경쟁으로 학교가 지옥이라는 학생들에게 독서마저도 경쟁하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고 비인간적인 짓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학교 안팎에서 비경쟁 독서교육이 회자되고 있다.

‘보상’, ‘경쟁’보다는 책 읽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독서 동기를 높이는 첫 걸음이다. 교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교실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핀란드의 독서교육은 교육부나 독서단체에서 주도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불문율처럼 책을 읽어주고 책과 가까이 지내도록 배려한다. 교사는 교실에서 활발하게 책을 읽어주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시간과 환경을 제공한다. 공공 도서관은 부모와 아이들이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한다.

올 초 OO 공공도서관에서 모집한 저학년 독서회(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모집 정원은 15명이었다. 인터넷 접수 10초 만에 15명 접수가 완료됐다. 대기자가 속출했고 인터넷이 다운됐다. 그만큼 독서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일회성,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닌 학부모와 아이들이 상호 소통하는 유기적인 독서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학교 도서관은 매년 가을 무렵에 독서행사(독서주간)를 연다. 17년 동안 봐 왔지만, 시기나 내용이 천편일률이다. 공공도서관이든 학교 도서관이든 이제 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