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소형 어선)이 군경의 경계망을 뚫고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허점투성이 동해안 경계에 대한 미더운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사건 당시 군경·기관 간에는 상황 공유 및 협조조차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처리 과정에 “축소·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음에도 의심스러운 핵심 대목들은 여전하다. 동해안 지역민들은 이런 군경을 믿고 편안해도 되는지 참으로 걱정이다.

정부 발표내용은 변명과 책임 회피, 의혹이 뒤범벅이다. 육군이 운용하는 해안감시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에 북한 목선이 포착됐으나 운용요원의 훈련 부족 등으로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해안에 배치된 열상감시장비(TOD)도 먼바다를 주시하느라 정작 항구로 들어오는 목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변명이다. 사건 초기 목선 발견 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그럴듯한 해명 자체가 없다. 해경은 상황을 접수한 뒤 이를 해군 1함대에만 전파하고 지역 책임 부대인 육군 8군단과 23사단엔 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서도 해경에서 받은 상황보고서 수신 후 20여 분이 지나서야 지휘통제실에 내용을 전달됐다. 정부가 동해안을 책임진 8군단장을 해임하고 합참의장 등 주요 지휘관에 엄중히 경고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것은 본질에 닿지 않는 가당치 않은 해법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의 합동조사는 외부기관 조사 없이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은 자체 조사만 진행했다. 그래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고, 국방부 브리핑에 몰래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도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문제없다며 그냥 넘어갔다. 의혹은 산더미 같은데, 삽질 몇 번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목선을 타고 넘어온 북한사람들의 수상한 행색은 물론, 이들에 대한 유례없는 졸속 신병처리는 제대로 설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건 축소·은폐의 시발점이 아닌지 의문은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정도의 봉합책으로 국민 사이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온갖 풍문들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동해안 지역민들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겠는가. 국정조사를 통해 미심쩍은 부분들은 남김없이 규명돼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을 감추고자 했는지, 왜 그랬는지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군경의 경계 시스템과 장비의 전반적 검토·개편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정직한 정부보다 더 든든한 안보 시스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