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는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가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처음 언급했다. 기원전 5세기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투키디데스는 이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2017년에 낸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부터다. 앨리슨은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고 집계했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고 있어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이 ‘심각(grim)’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것 역시 한일판 미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경제제재에 나선 일본이 괘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 이렇게 견제구를 던지고 나올만큼 우리 국력도 많이 커졌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도 갖게된다. 다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의 끝이 패망이었다는 해묵은 교훈을 생각해 한시빨리 한일 관계를 복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