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뒤늦게 애가 들어선 사십대 여자처럼

늙은네 발톱 같은 껍질을 가르고 붉은 석류가 터져나오고 있었는데

바람도 으스름달도 모르게

먼데서 온 마수걸이 손님처럼

이슬 하나까지 얹혀

그래도 살아남은 꽃시절이 있었다

추분(秋分)이 오기 전 백로(白露)라는 절기가 되면 석류가 익어 그 빠알간 보석들이 박힌 껍질이 터지는데 그 광경을 보는 시인은 마친 오랜 불임의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가진 사십대 여인에게 비유하고, 먼 데서 온 마수걸이 손님에게 비유하기도 한다. 시인은 오랜 시간을 견딘 후 얻은 황홀한 기쁨 같은 석류를 의미 깊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