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1일 여야가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향후 전망에 대해선 온도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는 세기의 만남으로 평화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전합의가 없었음에도 신속하게 회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남북미 정상 간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은 앞으로 새로운 한반도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우리 모두가 대결과 냉전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을 향해 “더이상 당리당략이나 이념적 지향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에 대해 우려했다.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협상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협상 전략)’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언급한 것이나 2∼3주 내에 실무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협상을 타개하는 좋은 신호라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스스로 안보와 국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며 문 대통령께서 대화 외에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고 한 것도 안보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한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평가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통미봉남의 고착화가 우려된다”며 “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客)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문제에 있어서 운전자, 중재자, 촉진자라는 말은 더이상 필요없다”며 “주인인 대한민국이 미북회담장 밖에서 대기하는 현실이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 혼자 남북 경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고, 회담 장소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만 걸려 있었다”며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뤄진 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역할도 존재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북미 정상이 함께한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북미회담이 진행된 53분 동안 문 대통령은 다른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며 “문 대통령은 ‘오늘의 중심은 북미 간 대화’라며 조연을 자처했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라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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