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만이다. 국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이 지난 달 28일 ‘원포인트 본회의’에 합의하며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벌어질 정쟁이 더 걱정이다. 파행국회의 주역이었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발표하며 “날치기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한 걸음을 디뎠다”며 “아직 모든 의원이나 국민께 동의를 받을 정도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우리 당은 일단 상임위원회에 전면 복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국회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원포인트 합의지만 더 큰 합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우선 국회를 보이콧했던 한국당이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파행국회를 석달 가까운 기간 끌어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 조차 없었던 것은 염치 없는 태도라는 지적이 많다. 여야가 국민은 안중에 없이 당리당략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이다. 또 여야 3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과 위원장 교체, 위원 정수 증원 등 정치 현안은 합의했지만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향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추경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등 주요 의사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존 합의안은 1~3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8~10일 대정부질문 이후 11일과 17일, 18일에는 추경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갖기로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맡기로 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공조를 유지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 지지자를 고려할 때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또 한국당 몫인 예결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추경 처리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한국당 내에선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을 할 것이라는 관측과 내부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교차하고 있다.

여당의 패스트트랙에 동조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여야 3당의 원포인트 국회 정상화 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평화당은 윤리특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포기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고,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위원장 교체 합의 전 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상태라면 추경도 청문회도 여야간 의견이 엇갈려 실질적인 국회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저 여야 모두 국회에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걸 선포한 것 외에는 무엇이 다를까. 이제라도 국회가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