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최초 북한 땅 밟고 첫 남북미 정상회동도
김정은 “깜짝 초청 놀라… 어제와 달라진 오늘 표현하는 것”
문재인 “평화프로세스 큰 고개 넘어”… 북미 실무협상 재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역사상 초유의 남북미 3국 정상 회동이 30일 성사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비핵화 협상이 재개됐다. 한반도에서 정전선언이 이뤄진지 66년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 대통령 등 남북미 정상이 연출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관련기사 2,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많은 복잡한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미 실무진 간 차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판문점 회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 접근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면서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는 오울렛 GP(경계초소)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고 거듭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전 세계와 우리 남북 7천만 겨레에 큰 희망을 줬다”면서 “방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양측이 실무자 대표를 선정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상을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남북미 정상회동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판문점으로 이동, 북측 군사분계선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맞이함으로써 성사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위에서 악수를 나눈 뒤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각을 향해 15∼16 걸음을 이동,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월경이 이뤄졌다. 이후 북미정상은 멈춰선 뒤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군사경계선을 향해 남쪽으로 걸어왔고,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멈춰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미 정상은 이어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발언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다. 이 행동 자체만 보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분계선을 넘은 것은 다시 말하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렇게 만나 기쁘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우리는 훌륭한 우정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연락을 했는데 만남이 성사돼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저희는 잠시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 이뤄냈다. 많은 긍정적 사건이 있었고 아주 좋은 일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처음 회담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려고 한다”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이는 다음 북미 정상 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자유의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완성됐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고, 세 정상은 활짝 웃으며 잠시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이어 남북미 정상은 자유의 집 안으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갔다.

세 정상의 만남 이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와 인공기가 함께 배치된 회의장에서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에 돌입했다.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 후 122일만의 북미 정상간 만남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저를 만나겠다는)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 하는데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며 “분단의 상징으로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훌륭한 관계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경계석(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 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김 위원장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북미 정상은 취재진들을 모두 내보내고 오후 4시 4분부터 4시 52분까지 비공개로 사실상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그 사이에 문 대통령은 별도의 장소에서 기다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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