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꾸준히 추진돼오던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모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경북(TK)의 정치권이 유치한 ‘네 탓 공방’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자유한국당 지역정치인들이 가덕도 신공항 음모를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책임을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지역민들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정치권이 이렇게 자중지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지난 2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만나 영남권 신공항으로 확정된 김해신공항에 대한 검증을 총리실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꾸준히 대두되던 ‘설’이 실행단계에 접어든 형국이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난처한 처지에 빠진 국토부의 악역을 총리실이 떠맡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의 편법이다.

주지하다시피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놓고 장기간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던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 모임을 가져 “외국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한 정부 용역결과를 수용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하여 그 결과를 수용한 것이 김해신공항 안이다. 정부는 이후 후속 조치로 김해신공항 확장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을 홀라당 뒤집으려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부울경 단체장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으로 지역간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 선거에서 ‘한 표’ 더 얻으려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남칠우 대구시당위원장 등 당직자들은 차담회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겨냥해 “올해 1월 이 지사와 권 시장이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우선 추진되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 PK와 국토부,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영남권이 합의·결정한 김해신공항 건설이 이러한 발언으로 말미암아 결국 국무총리실 재검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파적 목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모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판에 TK지역 정치인들의 더러운 상호총질은 명분도 의미도 없다. 진영논리의 포로가 되어 지역의 이익을 외면하는 정치인 군상들의 천박한 양식이 경이롭기만 하다. 작금의 자중지란은 TK 정치의 몰락을 상징할 따름이다.